AI 핵심 요약
beta- 육영수 여사 사건 영화 암살자(들) 논란이 7일 고발전으로 번졌다.
- 법조계는 공개 내용만으로 제작진 명예훼손 성립이 쉽지 않다 봤다.
- 상영금지는 문턱 높고 손배는 유족 인격권 침해 입증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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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사람들' 판례 주목…손배 가능하지만 상영금지는 문턱 높아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잇단 고발로 번지고 있다. 영화 제작진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까지 수사기관에 고발되면서 실제 역사적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작품의 법적 책임 범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 감독부터 문체부 장관까지 잇단 고발…실제 처벌 가능성은
논란은 영화 제작진에 대한 형사 고발로 시작됐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29일 허진호 감독과 작가·제작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영화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당시 권력기관이 있었던 것처럼 묘사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취지다.
이후 영화 관련 굿즈 제작·배포 책임자와 정부·공공기관 관계자 등에 대한 고발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유해진 등 출연 배우를 겨냥한 집회에 정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자 신자유연대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공방이 정부로까지 번졌다.
법조계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영화 내용만으로는 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영화 속 표현이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해야 하고,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해당 내용이 허위라는 점과 제작진이 이를 허위라고 인식했다는 점까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단순한 의혹 제기 정도로는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며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명백하게 돼 있어야 처벌 가능성이 올라갈 텐데, 단지 육영수 여사 피격을 지시한 주체를 추론할 정도라면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드라마 '서울1945' 제작진의 사자명예훼손 사건에서 무죄 판단을 확정한 바 있다. 역사극의 경우 실제 역사와 허구가 혼재하는 특성을 고려해 표현의 내용과 작품 전체의 흐름, 허구의 비중, 시청자가 이를 실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사자명예훼손은 친고죄인 만큼 친족 등 적법한 고소권자의 고소가 필요한 점도 변수다.

◆ 역사적 사건의 영화적 각색 어디까지…손배·상영금지 문턱은
보다 근본적인 쟁점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이라는 실제 역사에 영화가 어느 정도까지 허구를 더할 수 있느냐다. 제작진은 특정인을 사건의 배후로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제기된 의혹과 가설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상업영화의 각색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해왔다. 대법원은 영화 '실미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더라도 흥행과 극적 효과를 위해 사실을 다소 각색하는 것은 의도적인 악의의 표출에 이르지 않는 한 상업영화의 본질적 영역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관객 역시 상업영화의 모든 내용이 실제 사실과 일치한다고 전제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형사책임과 별개로 유족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도 있다. 다만 고인의 인격권 침해 자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유족에게 상속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영화의 표현으로 인해 유족 자신의 명예나 인격적 이익이 침해됐다고 인정될 경우 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상영금지는 손해배상보다 문턱이 높다. 법원은 표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만큼 인격권 침해가 중대하고 명백하며 현저히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과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제작사를 상대로 상영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있다. 법원은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유족인 박씨의 경애·추모의 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했다고 보고 제작사에 1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물에는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상영금지는 인격권 침해가 중대하고 명백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영화 전체의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초 법률사무소 대중 대표 변호사는 "('암살자(들)' 상영의) 불법성이 입증돼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될 텐데 불법성을 입증할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hong9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