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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시동⑦] 기본권 논쟁 핵심은 '성평등'·'공무원 노동3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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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특위 "개헌 주요 쟁점만 62개…33개 항목서 이견"
기본권 주체 '국민'에서 '사람' 표현 등은 여야 모두 찬성
양성평등 vs 성평등·근로 vs 노동 관련 일부 의견 입장차 커

1987년 10월 29일 '제6공화국' 헌법이 공포된 지 만 30년이 지났다. 한국경제와 사회가 3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성숙해진 시점에서 올해 대통령선거 등을 계기로 30년 입은 헌옷을 이제는 갈아입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국민여론이 높아지며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된 개헌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국회에선 여야 합의로 설치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서 제7공화국에 맞는 헌법개정 준비에 한창이다. 대선공약으로 내년 지방선거 개헌을 약속하고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임기 초부터 개헌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헌법의 정당성과 국민의 여망에 부합하는 개헌이 되기 위해선 각계각층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전제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핌은 개헌의 필요성부터 주요 쟁점, 전문가들의 제언 등을 취재해 제7공화국 헌법으로의 바람직한 개헌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뉴스핌=조현정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 투표에 부치겠다며 '헌법 개정 주요 의제'를 통해 공개한 쟁점은 62개 항목이다.

시대 정신을 반영한 국민 기본권 확대도 당연히 이번 개정 논의의 핵심 쟁점 중 하나다. 1987년 9차 헌법 개정 이후 30년이 지나 개헌 최적기로 여겨지는 현재 특위 내에서는 어떤 기본권 쟁점들이 논의되고 있을까?

개헌특위가 공개한 쟁점 62개 가운데 특위 위원 간 공감대가 형성된 항목은 29개다. 반면 양성평등과 노동에 대한 개념, 공무원 노동 3권 보장 등 33개 항목에서는 여야 의원 간 이견차가 큰 편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뉴시스>

◆ 각당, 기본권 신설·강화…다양한 내용 제시

기본권의 신설하고 강화하자는 총론에는 여야 모든 당이 찬성하는 입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천부인권적 성격의 권리는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권리로 보장해야 하고 생명권·안전권·성평등권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기본권을 헌법에 확충하고 서민을 위한 '기회의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며, 사회 방위를 위한 사형 집행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 책무, 국민 복지에 대한 국가 의무, 정보 인권 등을 규정하고 '보장 국가'의 헌법상 천명과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 보장, 직업의 자유와 근로의 권리 실질화 등을 제시했다.

바른정당은 인종, 언어, 장애를 헌법에 추가하고 양성평등을 추가로 헌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익 균점권을 다시 헌법에 명시, 헌법 전문에 노동과 평등의 가치를 밝히고 헌법의 '근로', '근로자'를 '노동', '노동자'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국가의 고용 안정 의무, 고용 형태별 차별 금지, 여성 노동 보호, 노동 3권의 실질적 보장과 확대, 기본권을 보장 받는 주체를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포함하는 '인간'으로 확대 등을 요구했다.

여야는 이 가운데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표현 ▲안전권, 정보 기본권, 어린이·청소년·노인·장애인의 권리, 보건권, 소비자의 권리 신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시 ▲평등권의 차별 금지 사유 추가 ▲군인 등에 대한 이중배상 금지조항 삭제 ▲범죄 피해자 구조 청구권 확대 등에 대해 대체적인 합의를 도출한 상태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이주영 위원장 주재로 헙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 '양성평등'→'성평등'…좁혀지지 않는 입장차

양성평등 규정 강화를 놓고 헌법상 '양성평등'을 '성평등'으로 개정하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팽팽하다.

헌법 제36조1항은 "혼인과 가족 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핵심은 양성평등이다. 지난 1월 개헌특위 공청회에서 정춘숙 민주당 의원이 '양성의 평등'을 '성평등'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뒤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이 성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젠더 이슈를 전면에 나서 다루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평등권 조항인 제11조1항은 차별 금지 사유로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세 가지만 명시하고 있다.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 구현이 현재의 평등 개념임을 감안할 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차별 금지 사유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예시해야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유럽연합(EU) 기본권 헌장 제21조는 "성별, 인종, 피부색, 종족 또는 사회적 신분, 유전적 특징 언어, 종교 또는 세계관, 정치적 또는 여타의 견해, 소수 민족에의 소속, 재산, 출생, 장애, 연령, 성적 취향을 근거로 어떠한 차별도 금지되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개헌특위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은경 한국 YMCA연합회 성평등 위원장은 '성평등' 논쟁에 대해 "생물학적 두 집단인 남자와 여자가 기계적으로 똑같은 수혜를 받아야 한다는 닫힌 주장을 넘어 국민 안에 존재하는 성차를 인정하고 양 성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며 사회적 논의 수준을 심화시키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 개헌'에 찬성하는 측은 동성애에 대한 권익 보호 차원에서도 남녀 대결 구도로 보는 사회적 시각을 보완하기 위해 '양성평등'보다는 '성평등'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보수단체가 중심이 된 반대 측은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합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면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성평등 개헌'에 일단 긍정적이다. 정춘숙 의원은 성평등 개헌을 공식 주장했고, 안철수 대표도 성평등 개헌 추진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보수정당인 한국당은 '성평등' 개헌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대선후보 당시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청문회 때도 정우택 원내대표는 "동성혼이나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법적 가치관과 종교적 가치관을 흔들 위험성이 크다"며 동성애 합법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었다.

◆ '근로'와 '노동' 개념 두고도 의견 갈려

헌법에 명시된 '근로'와 '노동' 개념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제시한 개헌안에서 "'신체 장애자'는 '장애인', '여자'는 '여성', '근로자'는 '노동자'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도 "근로라는 단어는 전체주의에서 사용한 단어로 일제 시대의 잔재"라며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용어의 문제로 식민지 잔재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박광온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근로기준법과 근로복지기본법을 비롯한 노동 관련 법률 12건에 대해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들은 '노동기준법', '노동복지기본법' 등 법률안 명칭부터 '근로' 대신 '노동'을 쓰도록 명시했다.

내용도 '근로자→노동자', '근로시간→노동시간' 등으로 변경, 법 체계의 통일성을 갖추도록 했다. 개헌 시 헌법 제32조와 제33조의 '근로' 개념을 '노동'으로 수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 의원은 "노동 법률의 존재 이유는 갑과 을의 개념을 없애고 동등한 관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률 용어와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노동이 제대로 존중받는 사회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개헌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근로'의 한자어 뜻은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으로 인간이 하는 육체적·정신적 노동의 의미를 담기에 부족하다"며 "언어의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노동'이란 단어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 근로라는 용어를 개정하는 것에 많은 우려가 있었다"며 "실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개헌특위 위원도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근로'라는 단어의 느낌과 '노동'이란 단어의 느낌이 사뭇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근로'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헌법에 노동 존중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국회 노동포럼 '헌법33조 위원회'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노동 헌법 개헌 국회 토론회'를 열고 노동 기본권이 강화된 새로운 개헌안을 제안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아예 헌법으로 제한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정부의 첫 예산인 2018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공식 제안했다./사진공동취재단

◆ 공무원 노동 3권 보장 강화…여전한 시각차

노동과 근로라는 개념을 둘러싼 개헌특위 위원들의 입장 차이는 공무원에 대한 노동 3권 보장이란 쟁점으로 이어진다.

노동 3권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기본 권리다. 헌법 제33조1항은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 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가 사용자와 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만든 법적인 보호 장치다.

그러나 공무원은 예외적이다. 헌법 제33조2항에는 공무원 노동자에 대해 '법률에 정하는 자'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노무에 종사하는 현업 공무원을 제외한 공무원들의 노동 3권은 사실상 제한된다.

한국과 비교해 다른 나라는 노동 3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공무원에 대해서도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는데 프랑스가 대표적인 나라다. 프랑스는 공무원의 단결권을 거의 제한 없이 보장한다. 도지사를 제외한 상급 관리 공무원은 물론 법관, 소방관, 교도관 등 특정직 공무원들도 단결권을 갖는다.

공무원들에게는 파업권도 인정된다. 최소한의 사회 공공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행정적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인 민주당 의원들은 "공무원의 노동 3권은 현행 헌법 제37조2항의 일반적 권리에 대한 규정으로 제한이 가능하다"며 "국민 의식 수준이 성숙한 만큼 권리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한국당 등 야당 의원 일부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제한'에 대한 합헌 결정이 났다"며 "여당이 이를 풀자는 것은 전교조 등 강성 노조의 부활을 노린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박진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권이 중심인 개헌이 돼야 한다. 헌법 체계로 볼 때 국가 권력 구조는 기본권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공무원의 노동 3권 보장 논란에 대해 "자유권적 성격이 더 강한 기본권이다.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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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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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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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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