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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삼프로에게 듣는다]③정윤아 "숙제 잘해야 좋은그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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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경매사 크리스티 11년경력 정윤아부사장
기성세대와 취향 크게 다른 MZ세대가 시장 견인
심대한 경제이슈 없다면 미술호황 당분간 지속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이른바 '불장'이라 불렸던 2021년에 이어 세계 미술시장은 올해도 호황이 예상된다. 글로벌 미술계를 리드하는 유력 갤러리와 경매회사들은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고 2022년 일정을 스타트했다. 기존 프로그램에서 훨씬 진일보한 프로그램으로 지구촌 컬렉터들을 빨아들인다는 전략이다. 

세계 미술시장에 호황의 새 시대가 왔듯 한국 미술시장 또한 예전의 시장이 아니다. 바야흐로 아트컬렉션에 '전쟁'이 시작됐다. IT와 벤처, 주식으로 부를 축적한 슈퍼리치들은 미술품을 투자대상으로 보고 매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소득의 MZ세대 또한 컬렉션에 팔을 걷어부쳤다. 미술시장에 신규 컬렉터가 대거 유입되며 올해도 뜨거운 호황이 예고된다.

이제 막 미술품 수집에 발을 들여놓은 컬렉터들은 지금의 아트마켓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증이 매우 크다. 이에 뉴스핌은 3인의 미술전문가에게 한국및 세계 아트마켓의 현황과 전망을 들어보는 '미술 삼프로에게 듣는다'를 기획했다. 그 세번째로 크리스티옥션에서 11년째 20/21세기 미술전문가로 일하는 정윤아 부사장을 만나 호황의 미술시장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를 예측해봤다.

[서울 뉴스핌] 세계 정상의 경매사인 크리스티의 스페셜리스트로, 11년째 재직 중인 정윤아 부사장. 성공하는 컬렉터가 되려면 평소 숙제를 충실히 하고, 유행에 휩쓸리기 보다 자신만의 취향과 안목을 기르라고 조언했다. [사진=김민지 기자] 2022.02.11 kimkim@newspim.com

미술계에 20년 넘게 몸담으며 최근과 같은 호황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벌써 거품론도 나오고 있다. 호황이 어느정도 지속될 걸로 보는가? 

이런 호황이 처음은 아니지만, 2021년 국제 미술시장은 이례적인 호황을 누렸다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19년과 2020년 상반기까지 침체를 겪다가 급반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그 강세가 더욱 체감되었던 듯하다. 특히, 전후(戰後)시기 출생 예술가들의 미술을 칭하는 '동시대미술'의 경우는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규모의 성장을 이루었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술품 가격지수로 따졌을 때, 유례 없는 호황으로 기억되던 2007-2008년보다도 1.5배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이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하면 400%에 달하는 가격 상승세에 해당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거품론이 대두되었다고 생각한다.

불합리하게 급상승한 일부 미술품 가격은 거품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전반적인 가격 상승은 시장의 견고한 수요를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날 미술시장은 스타트업, 온라인 비즈니스, 가상화폐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빠르게 부를 축적한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하여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이들의 금전 가치와 소비방식은 기성세대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또한 일반적으로 미술시장은 선물이나 주식시장 등이 영향을 입은 후, 가장 나중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앞으로의 국제 정세, 경제 이슈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예상된다.

요즘 한국 고객들은 미술품을 투자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MZ세대는 더욱 그렇다. "미술품 투자는 세금도 없고, 은행금리를 뛰어 넘는다"며 고객이 몰려든다. 

2007년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미술품을 대체투자 품목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우후죽순 생겨났던 다양한 미술투자 펀드들이 그러한 시각을 방증한다.

하지만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여파로 2009~2010년 사이에 직격탄을 맞은 국제 미술시장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성장하다가 작년같은 호황을 다시 맞이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컬렉터들이 보다 현명해지고, 동시에 미술품이 보다 신뢰할 만한 투자품목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에서 스페셜리스트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오로지 투자만을 위해 미술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단 한명도 본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새로 진입한 MZ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비해 미술의 투자적 가치를 고려하는 측면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나, 미술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절대로 미술품을 구매할 수 없다. 그들이 트렌디한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호하는 것 역시 투자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의 취향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주식같은 다른 투자에 비해 미술품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고, 감상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으며, 이는 무시할 수 없는 결정적인 구매요인이기 때문이다.

아트컬렉션은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고, 안목을 키우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초보자는 어떤 루트로 작품수집을 시작하면 좋은가. 경매에서 사는 것과 아트페어(갤러리)에서 작품을 사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아트컬렉션은 안목, 감각과 정보가 모두 필요하다. 크리스티는 초보자들을 위해 홈페이지에 다양한 카테고리의 컬렉션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경매기간 중에는 세미나와 프로그램을 기획, 일반 대중에게 대부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크리스티 교육프로그램 또한 다양한 단기코스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예술 전반과 경매의 세계및 아트컬렉션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간혹 크리스티의 문턱이 높을 거라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한편 경매와 아트페어(갤러리)는 다르게 운영된다. 경매는 재판매가 이루어지는 2차 시장으로서, 미술품 카테고리에 초점을 맞추며, 어느정도 인기있는 동서양 예술가들의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을 선보인다. 경매가격은 내정가, 추정가, 낙찰가로 구성되는데, 판매 하한선인 내정가는 위탁자에 의해 결정된다. 추정가는 과거 가격, 시장추세 등을 고려해 경매회사의 스페셜리스트에 의해 결정되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가격인 낙찰가는 구매자에 의해 결정된다. 경매가격은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아트넷같은 가격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서 평소 가격에 대한 감각을 익히면 유용할 것이다.

갤러리는 1차 시장으로서 자신들의 예술감각에 부합한 예술가들을 발굴, 선정,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에 주력하며, 이 때문에 경매보다 훨씬 다양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아트페어는 여러 갤러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작품을 한번에 접할 수 있고, 미술시장의 현 동향 등을 살피기 적합하다.

하지만 갤러리는 가격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 접근에 차별이 있을 수 있다. 원하는 작품을 누구든 구매할 수 있는 경매와 달리, 갤러리는 고객과의 관계에 따라 판매 우선권 등 차별을 두기도 한다. 이처럼 특징과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경매와 아트페어(갤러리) 각각의 특징에 맞추어 고르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크리스티가 뉴욕 록펠러센터 1층의 웨스트갤러리에서 선보인 한국 단색화 특별전에 출품됐던 박서보의 '묘법 No.950330'. 단색화를 본격적으로 알린 기획이어서 호응이 높았고 경매도 성공적이었다. [사진=크리스티 경매]

처음 경매에 참여하는 고객은 모든 게 서투르다. 특히 해외 경매에 도전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경쟁도 더욱 치열할 것이다. 초보자가 유의해야 할 점은? 

경매에 처음 참여하는 고객은 온라인 경매로 시작할 것을 권한다. 현장 경매에 비해 자주 열리고 가격대가 접근 용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 경매사의 진행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응찰이 가능하다. 온라인 경매는 일반적으로 2주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경매에 비해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고, 온라인에서 상대 경쟁자의 응찰가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응찰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이 때 초보자는 반드시 예산을 먼저 세우고, 수수료를 합산한 금액을 숙지한 후 경매에 임해야 한다. 해머 낙찰가만 생각하고 입찰했다가 나중에 수수료를 합산한 후 당황하는 초보 응찰자들이 간혹 있다. 응찰 증가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도 응찰 전에 잘 숙지해놓아야 한다. 또한 응찰을 원하는 작품의 컨디션 레포트를 요청하여 작품상태를 미리 체크해야 한다. 이러한 세부 응찰사항은 나와 같은 크리스티 스탭이 충분히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든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전에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프라인 경매와 온라인 경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응찰자로선 수수료가 늘 부담인데 수수료도 다른가? 

크리스티는 정기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경매는 현장에서 이뤄지므로 특정 경매의 일자와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오프라인 경매 동안 경매사는 현장 룸에서 들어오는 응찰 이외에도 전화및 서면 응찰, 크리스티 라이브를 통한 온라인 응찰을 모두 받는다. 반면에 온라인 경매는 보통 2주 동안 오픈 진행된다. 마감시간 전까지 2주동안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금액을 응찰할 수 있다. 경쟁 응찰자보다 한 단계 위로 응찰할 수도 있고, 원하는 최대 가격을 넣을 수도 있다.

만일 최대 가격을 넘어서는 응찰이 들어오면 이러한 내용이 공지된다. 각 작품마다 마감시간이 표기되며, 응찰 경쟁이 치열하면 마감시간이 2분 연장되어 응찰에 임할 수 있다. 온라인 경매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오프라인 경매에 비해 가격대가 보다 다양하고, 신진작가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MZ세대 컬렉터의 급증, 팬데믹으로 인한 여행제한 등의 이유로 온라인 경매도 크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수수료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동일하나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한국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홍콩, 뉴욕, 런던 등 주요 도시의 경매는 동일한 수수료가 적용된다. 2022년 2월부터 일괄 26%(미화 100만달러까지)에서 시작, 20%(미화 100만1달러 이상부터 600만 달러까지), 마지막 구간은 14.5%(600만1달러 이상)로, 낙찰가 구간별로 차등적용된다.

해외서 작품을 낙찰받으면 운송비와 보험료가 꽤 들 것이다. 경매에서 낙찰받고 마음이 바뀌어 취소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페널티는? 

어느 지역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받았는지에 따라 비용은 다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홍콩의 경우가 아무래도 뉴욕이나 런던 경매보다는 비용이 적게 든다. 또한 작품의 무게와 크기에 따라서도 비용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운송은 낙찰자 부담이며, 크리스티가 추천하는 운송사를 이용할 수도 있고, 고객이 원하는 운송사를 자유롭게 선정, 가격을 비교한 후에 진행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경매에서 낙찰받은 후 취소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경매사들은 경매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위탁자, 상대응찰자 등 모두가 피해를 보는 등 많은 손실이 발생한다. 페널티는 낙찰가의 10%는 최소 예상해야 한다. 따라서 응찰 전에 충분히 사전 조사하고, 수수료를 포함한 최대 응찰가를 심사숙고한 뒤 신중히 응찰해야 한다.

세계 정상의 경매회사의 스탭으로 오랜 기간 일해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경매에 새로 참여하고자 하는 우리 고객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매는 무리한 응찰만 하지 않는다면, 정말 독특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현재는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에 제한이 따르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홍콩 크리스티 경매 프리뷰 참관을 추천하고 싶다. 나 역시 뉴욕에서 생활할 때, 응찰을 하지 않더라도 경매 프리뷰는 빠짐없이 보려고 노력했고, 돌이켜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크리스티같은 국제 경매회사들의 프리뷰는 유수 미술관 전시와 맞먹는 수준이고, 추정가가 공시되어 있기 때문에 미술품 투자감각을 익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특히, 홍콩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관광지인 데다가 크리스티 프리뷰는 상상 이상으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낙찰여부와 상관없이 편한 마음으로 작품들을 살펴보고, 가격추이 등을 세심하게 지켜볼 것을 권하고 싶다. 어느정도 시장감각을 익힌 후에는 상한선을 정해 응찰에 도전해보면서 경매 분위기를 익힐 필요가 있다. 서두르지말고 응찰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작품을 낙찰받게 될 것이다.

작금과 같은 호황 장에서는 유명작가 작품은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에 팔리곤 한다. 고객으로선 늘 가격을 고심하게 된다. 최종결정은 고객이 해야 하는데 조언을 한다면. 

항상 예산을 사전에 결정해 두어야 한다. 국제 경매회사들의 낙찰수수료는 구간별 합산이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는 다소 복잡할 수 있다. 최종 구매가격을 결정하였다면, 수수료를 제외한 응찰가격(해머가)을 미리 계산해놓아야 한다. 어떤 작품은 응찰경합이 있더라도 따라붙어서 사야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적정선에서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결정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하다.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으려면, 원하는 작가의 가격추이, 동향, 앞으로의 가격 상승가능성에 대해 숙지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없이 유행에 휩쓸리거나 응찰경합에서 즉흥적으로 낙찰받을 경우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믿을만한 전문가및 해당 경매 스페셜리스트와의 상담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 분석해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난 20년간 미술현장을 지키며 겪은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국미술을 국제무대에 보다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크리스티에 입사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마음 속으로 김환기화백에게 '당신은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서 미술시장에서 합당한 가격으로 평가받고 있지 않으니 이제까지 단 한번도 시장에 나온 적이 없는 당신의 귀한 작품을 크리스티에서 선보일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파리에 가서 한 달정도 머물면서 갤러리들을 샅샅이 조사하고, 신문광고도 냈다.

그런데 마치 하늘에서 응답하듯 1958년 김화백의 파리갤러리 개인전 때 작품 8점을 구매한 프랑스 소장자가 기적처럼 나타났다. 이 작품들을 매시즌 2점씩 나누어 홍콩 경매에 출품했다. 소품이긴 했지만 정말 보석같이 아름다운 작품들이었고, 나에게 김환기라는 예술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당시의 일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작품들은 컬렉터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었고, 김화백의 국제시장이 열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자부한다.

또한 2014년에는 국제 경매회사로서는 최초로 '단색화'라는 타이틀을 단 경매섹션을 만들기도 했다. 2015년에는 단색화 전시를 기획해 크리스티 뉴욕 메인전시실 전체에서 선보인 적이 있다. 뉴욕 현지언론들이 대서특필했고, 동료인 뉴욕의 스페셜리스트들이 한국추상화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고 감탄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당시 선보인 작품들은 미국과 유럽의 컬렉터들이 구매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어 기억에 남는다.

자데 파도주티미(영국)의 'One Step, Two Step.'.최근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625만홍콩달러(9억6000만원)에 낙찰되며 화제를 뿌린 작품이다. 2017년에 미술석사학위를 받고 4년만에 작품값이 10억원대까지 치솟아 요즘의 젊은작가 열풍을 보여준 사례다.

미술품투자는 감상이 주목적인 경우, 즐기면서 수익도 기대하는 경우, 투자 최우선인 경우로 나뉘는데. 

이론적으로는 세 가지로 구분되지만,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해본 경험에 의하면 세 가지가 혼합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감상과 향유를 주목적으로 하지만, 미술품 구매로 손해를 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투자를 최우선 한다 해도 결국 투자하려는 작가에 대한 애정이나 이해가 없다면 투자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또한 즐기면서 투자수익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샀더라도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면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요즘은 미술시장도 유행에 민감한 추세이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작품 소장의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를 비롯해 대부분의 근현대미술, 동시대미술 경매는 유명작가 위주로 이뤄진다. 블루칩 작품이 집중되는 이브닝세일은 더 하다. 

경매는 재판매가 이루어지는 2차 시장이고, 구매자가 응찰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경매 결과는 모두 투명하게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경매에서 유찰되는 경우에 해당 작가들의 시장은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생존작가의 경우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유찰된 작품은 흔히 "손을 탔다(burnt)"며 부당하게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경매회사들은 가능한 유찰을 피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결국 낙찰가능성이 높은 작품들로 경매를 구성하게 된다. 최근 크리스티 홍콩 경매는 출품작수를 줄이는 대신 낙찰율을 높여서 100% 또는 이에 육박하는 낙찰율을 기록 중이다. 어느정도 필터링이 된 작가들을 다루는 것은 새로운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갤러리같은 1차시장과는 다른, 2차시장의 속성이자 의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미술시장 또한 인기작가 위주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홍콩 경매에서 팔리는 한국 미술품은 더욱 범위가 한정돼 있다. 또 홍콩서 꽤 인기가 높던 몇몇 작가는 좀 주춤하다. 

젊은 세대 컬렉터들이 경매에 대거 유입하면서 취향이나 구매패턴 등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반면에 예전에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일부 한국작가들의 작품은 아쉽게도 변화를 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같은 스타일을 반복해서 지속적으로 선보이면, 요즘같이 유행에 민감한 시장은 냉정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정체성을 잃지 않되, 변화를 꾀하면서 새로운 연작들을 발표해야 한다. 반면, 김환기, 이우환 등 거장들은 한국 추상미술의 원형을 구축한 대가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 컬렉터층이 상당히 두텁기 때문에 스테디하게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근래들어 전세계적으로 K컬처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대단하다. 한국현대미술은 경쟁력이 있음에도 아직 K팝이나 K필름, K게임에 비해 정상권을 못 뚫고 있다. 한국현대미술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현대미술은 높은 잠재력이 있지만 아직 국제 미술시장에서 진가가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현대미술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부족이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슈퍼 플랫(Super Flat)'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일본을 대표하는 에니메이션 문화에 기반을 둔 작가들을 엮어서 전세계에 소개하면서 확고한 정체성을 획득했다.

하지만 한국현대미술은 전체를 하나로 묶어 소개할 수 있는 뚜렷한 정체성이 없는 것같다. 또한 한국미술가들은 놀랄만큼 뛰어난 솜씨를 자랑하는데, 이것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빼어난 기법에 놀라 컬렉터들이 반응할지 모르지만, 테크닉만으로는 오랜 시간 버텨내기 어렵다. 따라서 미술교육과정에서 실기만이 아니라 인문학적 성찰과 작품개념및 자신만의 예술철학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기술에 빠져 똑같은 스타일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인기 있는 작품은 위작이 나도는 법이다. 한국에서는 요즘 외국 화랑이나 에이전시와 직거래하며 가짜를 속아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매의 경우도 위작사례가 종종 보고되나? 환불도 해주는가? 

크리스티는 진위 여부에 상당히 민감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점이 내가 크리스티 스페셜리스트로서 근무하면서 큰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다. 위탁을 많이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가려서 위탁받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한다. 재단이 있는 작가라면 반드시 재단에 확인을 받고, 출처 등 구매과정을 꼼꼼히 확인한다. 또한 나와 같은 스페셜리스트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작품검증은 물론 다양한 문헌 등을 심도있게 리서치하고,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외국작가 작품에 대한 선호가 대단하다. 공격적인 톱 컬렉터들은 미국과 유럽의 유력 갤러리와 크리스티같은 톱 경매에서 고가의 작품을 직접 사고 있다. 어떤 작품에 관심을 보이나? 

관심은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톱 컬렉터들 대부분은 이미 한국 근현대미술 주요 작품을 소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서양 주요작가들 작품 구매에 주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컬렉터들은 정보 습득력이 대단히 빠르고, 시장 유행을 꿰뚫는 감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한국 시장이 유행을 주도한다'고 말할정도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쿠사마가 대체적으로 가장 넓은 층의 컬렉터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나라의 작품도 지속적으로 구매수요가 높은 편이다.

미국의 중견작가 조지 콘도(George Condo)도 꾸준히 인기가 있다. 1970년대 출생 예술가들 가운데서는 조나스 우드(Jonas Wood), 아드리안 기니(Adrian Ghenie), 뱅크시(Banksy) 등이 인기가 높고, 1980년대 출생 예술가들 가운데 니콜라스 파티(Nicloas Party), 샤라 휴즈(Shara Hughes)가 각광받고 있다. 또 보아포(Amoako Boafo)같은 흑인 작가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데(Jadé Fadojutimi), 주커만(Allison Zuckerman) 같은 1990년대 출생 화가들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근래들어 인기가 수직상승 중인 니콜라스 파티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파스텔화 'Still Life'. 2015. 130x140cm 작년 12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열띤 경합 끝에 3140만홍콩달러(약 48억원)에 팔렸다. [사진=크리스티 경매]

NFT아트에 대해 일부 거품론도 있지만 미래 더 광범위한 흐름이 예고되는데. 

NFT는 앞으로 예술가들에게도,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 줄 것이며, 따라서 미술시장에서 중요한 품목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영향력있는 미술관과 갤러리를 통해서 주요 작가의 입지에 오르던 전통적인 방식을 전복하고, NFT 커뮤니티의 새로운 목소리를 담아내리라 예상된다. 예를들어, 비플(Beeple)은 미술계에는 별로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NFT커뮤니티를 통해서 인기를 구축하였으며, 2021년 3월,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엄청난 응찰경쟁 끝에 690만달러에 낙찰되면서 살아있는 작가 중 낙찰가 3위를 기록하여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워홀이나 바스키아가 당대 시대정신을 포착했던 것처럼 이들 NFT 예술가들도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컬렉터들의 감성에 어필하고 있다. 여기에 NFT는 블록체인 기술의 일환으로 미술품의 소유권 개념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며, 정확한 출처및 전시, 판매기록 등 모든 기록을 투명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또한 진위 여부를 명백하게 하고, 재판매에 따른 아티스트 추급권 등의 전통미술시장의 문제점을 두루 해결해주리라 기대된다. 하지만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시장인만큼 아직은 시장 개발의 방향성 등 미래가 불투명하고, 투기를 조작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 등 그늘도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당신도 개인적으로 컬렉션을 하고 있는가. 어떤 작품을 수집했는지 귀뜸해달라. 만약 1억원이 생긴다면 어떤 작품을 사겠는가? 

컬렉션이라고 하기는 부끄럽지만,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한만큼 작품을 수집하고는 있다. 맨 처음 목돈을 만들어 구매한 작품은 이우환의 회화였다. 뉴욕서 유학하며 일하던 시절에 주위 신진작가 작품을 구매해본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1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작품을 구매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어서 몹시 설레고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도 자금의 여유가 있을 때마다 이우환의 작품을 구입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젊은 화가 앨리슨 주커만의 작품을 구매했다. 지금 1억원이 있다면 헤르난 바스의 드로잉소품을 구매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호황의 미술시장에 컬렉션을 하려는 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유행에 휩쓸리지 말고, 반드시 숙제를 하라는 것이다. 미술품 수집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원하는 작가에 대해 공부하고, 가능한 많은 작품을 실제 보아야 한다. 신뢰할 만한 전문가 2명 정도는 반드시 관계를 맺어놓는 것도 중요하다. 초보자의 경우 고급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렵고, 잘못된 판단을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런 전천후 노력이 토대가 되었다면, 그 다음에는 즐기는 것이다. 나는 항상 '아는 것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이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공자님 말씀을 새기곤 한다. 이는 불변의 진리다.

#정윤아 스페셜리스트는 일본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에서 미학과 연구생 과정을 수료하였고, 뉴욕주립대학교 예술경영학 석사 취득 후,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 제프리 다이치 갤러리 인턴을 거쳐, 뉴욕 스페이스 언타이틀드 갤러리 큐레이터및 뉴욕 매체예술센터 부관장을 역임했고, 현재 크리스티 홍콩 부사장(Vice President)으로 근무하고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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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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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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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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