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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종욱 국표원장 "중국 CCC인증과 상호인정 어려워…시험성적서 공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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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눈높이 달라 상호인증 방식 어려워"
"한국 AI 기술 세계 진출하도록 적극 뒷받침"
"매년 80여건 국제표준 제안…강국으로 성장"
"수출애로 해소·첨단산업 미래시장 선점 집중"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국가별 눈높이가 달라서 중국 CCC인증(중국강제인증)과의 상호인정은 어렵습니다. 대신 시험성적서를 서로 인정해 주는 방식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진종욱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은 지난 15일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국가기술표준원 본사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갖고 최근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 논란'에 대해 이 같이 해법을 제시했다.

진 원장은 지난 5월 '해외직구 금지' 사태 이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인증 문제가 화두에 오른 사실을 두고 양국 간 안전인증이 실제 작동하기엔 어려운 여건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대안으로는 각 국가의 시험 성적서를 공유하는 방안을 꼽았다.

진 원장은 중국의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구매한 물품들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과 인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꾸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그는 "매년 중국의 제품안전 담당기관과 함께 인증 관련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논의하고 있다"며 "제품 안전성에 대한 논란 해소를 위해 지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이 지난 15일 충북 음성군 국표원 본사에서 <뉴스핌>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국가기술표준원] 2024.11.18 rang@newspim.com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며 세계 각국들이 AI 표준 경쟁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 관해서는 "올해 발표한 '인공지능 표준화 전략 로드맵' 이행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AI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우리 AI 기술이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확언했다.

앞서 국표원은 지난 5월 정부의 결정 번복으로 마무리됐던 '해외직구 금지' 사태가 벌어졌을 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기관 중 하나다. 여전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진 원장은 중국과의 소통 강화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내년이면 취임 3년차를 맞이하는 진 원장은 그동안 AI·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우리 첨단산업의 국제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매진해 왔다. 특히 미래 산업을 주도할 가장 핵심적인 기술로 여겨지는 AI에 대해서는 관련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유독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AI 국제표준을 적기에 선점해 세계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다음은 진 원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후 약 20개월이 지났는데 그간 현안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소회를 말씀해 주신다면

▲지난해 취임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보냈다. 취임 초에는 수출 마이너스 행진이 지속되고 있었고, 미국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핵심 신기술 국가표준화 전략'을 발표하며 첨단산업 분야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표준 경쟁을 예고했다. 이와 같은 국제환경 아래에 우리나라의 표준·인증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우리 기업의 수출애로 해소와 첨단산업 분야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지원에 대해 고민하고 집중해 온 시간이었다.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은 무엇이고, 의미 있는 성과는 무엇인가

▲국표원은 수출기업의 해외인증 획득 지원과 각 국가의 불합리한 기술규제 해소를 위한 정책을 중점 추진해 왔다. 지난해 4월 발족한 '해외인증지원단'을 통해 해외인증에 대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시험인증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해 해외인증에 필요한 시험을 단기간에 지원했다. 또 외국이 새롭게 도입하는 기술규제가 국내기업 수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전문가로 구성된 포럼을 신설해 모니터링 전문성을 강화하고, 정부 간 협력 채널을 구축해 숨어있는 규제 정보를 찾아 기업에 제공했다.

첨단산업 분야의 국가표준 정책에도 매진했다. 미국이 핵심 신기술에 대한 국가표준화 전략을 발표한 이후 국표원은 민간과 함께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마련했다. 전략을 통해 국가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2개 첨단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술을 반영한 국제표준을 예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50여건을 제안할 수 있었다.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이 지난 15일 충북 음성군 국표원 본사에서 <뉴스핌>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국가기술표준원] 2024.11.18 rang@newspim.com

-중국 알리·테무의 판매 제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면서 중국과의 상호인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의 상호인증 과제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한국과 중국은 지난 2014년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이후 2016년 전기전자 제품 분야 안전인증에 대한 상호 인정협정을 체결하는 등 지속 협력해 왔다. 국표원은 매년 중국의 제품안전 담당기관인 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을 비롯한 양국 인증기관들과 '적합성평가 소위원회'를 개최해 안전인증과 관련된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우리 수출기업이 중국에 수출할 때 취득해야 하는 중국강제인증(CCC)과 관련된 공장심사 취득 애로를 양국 간 상호인정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국 시험기관의 평가 능력 향상을 위해 동일한 제품에 대한 시험 결과를 비교·분석해 발표하는 등 제품 안전성에 대한 논란 해소를 위해서도 협의하는 중이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상호인증이 가동되는 곳은 없다. 국가별로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도 상호인증을 도입했는데 실제로는 작동이 안 돼서 폐기한 바 있다. 다만 각 국가의 시험 결과들을 서로 인정해주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통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국가 간에 각자의 시험 성적서를 공유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상호인증은 어렵지만, 이렇게 각국의 시험 결과를 인정해 주는 방식은 이미 작동하고 있다.

-AI 시대가 열리며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표원은 AI와 관련해 어떤 표준을 개발하고 있나

▲국표원은 지난 8월 열린 AI 산업정책위원회에서 글로벌 AI 표준강국 도약을 위한 'AI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로드맵을 기반으로 세계시장 선도에 필요한 AI 국제표준 17종을 적기에 선점하고, AI가 국내 산업에 빠르게 접목될 수 있도록 돕는 국가표준 30종을 보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포럼 등 AI 표준화 기반도 조성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AI 규제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우리 AI 기술이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자 한다.

-AI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각 부처별로 대책을 추진하고 있어 엇박자 우려도 나온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협업이 중요한데 어떻게 보조를 맞춰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나

▲AI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 인공지능위원회'가 설립돼 각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AI 표준정책 분야에서 국표원은 과기부와 역할 분담을 통해 협업하고 있다. ISO(국제표준화기구)와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 국제표준 대응은 국표원이,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표준 대응과 AI 원천기술 개발은 과기부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 기업과 전문가들이 AI 관련 표준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과기부뿐만 아니라 전 부처와 지속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주요국의 기술규제(TBT)가 매우 정교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이다. 국표원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해외 기술규제를 신속하게 수집·분석해 우리 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다. 규제 대응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에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임원과 실무자를 위한 전문 교육을 실시해 기업의 TBT 대응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범정부적 대응과 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법률 기반이 필요해 국회에서 '무역기술장벽 대응에 관한 법률'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이 15일 충북 음성군 국표원 본사에서 <뉴스핌>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국가기술표준원]

-국제표준 경쟁에 있어 우방국들과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국제협력을 위해 국표원은 어떤 과제를 추진하고 있나

▲우리나라는 지난 5월에 발표한 첨단산업 국가표준화 전략을 기반으로 미국·독일·체코 등과 표준협력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미국과는 '한미 표준협력 포럼'을 통해 핵심기술 14개 분야에 대한 국제표준 공동제안 등 표준 협력을 추진 중이다. 독일과는 '한독 표준협력 포럼'을 매년 개최해 다양한 분야의 표준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체코와는 첨단기술 표준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내년 2월에는 '한체 표준협력 포럼'을 서울에서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캐나다·호주 등 다양한 국가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표준에 있어 어느 수준에 올라섰다고 보나. 그 동안 성장해 온 과정을 소개하자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표준화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2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받는다. 2003년 33건에 불과하던 한국의 국제표준 제안은 2013년 563건, 2023년 1316건으로 증가하면서 매년 80여건의 국제표준을 제안하는 글로벌 표준 강국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국제표준화기구(ISO·IEC) 이사국 진출에도 성공해 현재 ISO 회장을 비롯한 ISO·IEC 이사회에도 역대 최대 진용을 갖추게 됐다. 각종 기술위원회에서 국제표준 개발을 주도하는 우리나라 전문가 수는 역대 최대인 273명으로 현재 계속 증가하고 있다.

-표준 분야의 인재 양성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앞으로의 미래 인재 육성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국표원은 표준화 교육을 위해 수년 전부터 다양한 표준 교육 과정을 개발해 왔으며, 내년부터는 '생애주기 표준화 교육 체계'를 완성해 실행을 앞두고 있다. 교육 체계 방향은 저변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 인식 전환·실무교육 등 총 3단계로 나뉜다. 이와 같은 단계별 맞춤 교육을 통해 실무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표준융합 인재가 첨단산업 분야 국제표준화 무대를 누빌 날을 기대하며 차세대 표준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

-일반 국민들은 표준에 대해 어떤 채널로 정보를 얻을 수 있나. 표준에 대한 국민 인식이나 친화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있다면

▲국표원은 2만여건에 달하는 국가표준 정보를 'e-나라표준인증' 포털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표준에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포털에 접속해 원문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고,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스마트 챗봇' 서비스를 활용해 필요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디지털 약자 등 인터넷 포털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을 위해 '1381 인증표준 정보센터'를 운영해 전화·방문 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 원장 약력

-연세대 화학공학과 학사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학 석사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단장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관 공사참사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제28대 국가기술표준원 원장(2023.2~현재)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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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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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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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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