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최근 1년간 공급·규제·대출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집값은 조용히 오르고 청년·3040세대 주거불안은 지속됐다.
- 정책 발표 때마다 시장과 여론은 잠시 출렁였다가 반등했고, 집값 상승 기대와 정부 부동산정책 부정 평가는 동시에 확대됐다.
- 정부는 대책의 양보다 '누구를 어떻게 보호할지'를 한 문장으로 분명히 제시해 수요자의 불안을 읽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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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이렇게 하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세요?"

취재하며 만나 친해진 이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면 으레 이런 질문이 나온다. 그러면 되레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잠시 생각하던 이들은 질문한 당사자라는 사실을 잊은 듯 "오를 것 같다"고 답한다. 그다음 "저도 그래요"라고 답한다. 짜맞춘 듯이 자리에 앉은 모두가 각자의 주거 문제를 떠올리다 옅은 한숨을 내쉰다. 집이 없어 고민이고, 전세를 살아 고민이고, 월세가 만만치 않아 고민인 3040세대가 마주한 주거 현실의 단면이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부동산 시장을 겨냥해 네 차례에 달하는 굵직한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9월 수도권에 2030년까지 135만가구를 신규 착공하겠다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고, 한 달여 뒤인 10월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선보였다.
올 1월에는 도심 유휴부지와 역세권 등을 활용해 6만가구를 공급하는 후속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4월에는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낮추는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꺼냈다.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대규모 공급대책과 집값 과열을 막겠다는 규제·대출 대책이 번갈아 모습을 드러냈다.
종합대책 밖에서도 크고 작은 대책이 수시로 이어졌다. 서울시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1년 연장했다. 올 5월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수도권 아파트 10만가구의 조기 착공을 지원하는 보완책이 등장했다. 지난달 말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가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정책은 많았지만 시장이 받은 메시지는 선명하지 않았다.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가 대출을 조였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고 했다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 핵심지를 규제로 묶었다. 전세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동시에 전세가 사금융에 가깝고 줄어드는 흐름이 정상화 과정이라는 대통령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전세 제도 개편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라 하더라도, 세입자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카드 하나가 더 생긴 셈이다.
시장 지표는 대책 발표 때마다 출렁였으나 오래 머물지 않았다. 9·7 공급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상승세는 잠시 꺾였다 반등했다. 10·15 대책 직후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낮아지며 단기 둔화 흐름을 나타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확대됐다. 4월 가계부채 관리방안 이후에도 매매가격 상승 속도가 잠시 느려지다가 다시 속도가 붙었다.
정책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도 같은 파도를 타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0월 정책 발표 이후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부 부동산 정책 부정 평가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그렇지 않다'보다 낮았다. 반대로 올 3월에는 1·29 공급대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투기 억제 기조가 맞물리며 긍정 평가가 51%까지 반등했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긴 수치였다.
꾸준한 집값 상승과 전세 제도 개편 논란, 대출 규제 피로감이 겹치면서 여론은 다시 돌아섰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조사에서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46%로, '잘하고 있다'(26%)를 크게 웃돌았다. 30대 부정 평가는 56%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1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55%에 달했다. 정책 평가 악화와 집값 상승 기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 사이 집값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올랐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올 1월 0.19%에서 6월 0.24%로 확대됐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5.8로, 연초와 비교해 5.8% 상승했다.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며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그렇다고 새 아파트 청약이 쉬운 것도 아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조사 결과 올해 5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한 달 사이 8.85%오른 6355만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000만원대에 진입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에서 주거 안정을 추구하는 청년층은 여전히 많다. 국가통계포털 기준 서울의 40세 미만 무주택 가구는 99만2856가구로, 같은 연령대 전체 가구의 약 82.1%를 차지한다. 서울시 주거실태조사에서도 무주택 가구 중 76.0%가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무주택 실수요 청년층의 88.0%는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이유로 투기가 아닌 '안정적 실거주'를 꼽았다.
지금 정부가 추구해야 할 것은 대책의 양이 아니라 국민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한 문장이다. 무엇을 막고 어떤 것을 열어주며 누구를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세금과 대출, 공급, 임대차 제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읽히면 정책은 신호가 아니라 소음이 된다.
주거는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결혼을 미루는 이유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이 계획을 접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정부가 배를 이리저리 돌려 집값이라는 파도를 피하려 한다면 먼저 그 배에 탄 사람들이 어디를 보고 불안해하는지 살펴야 한다. 정책이 시장을 향해 던지는 경고문을 넘어 수요자를 들여다보는 거울일 때 덜 출렁이는 항해가 될 것이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