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5월 4일 UAE서 피격된 나무호 사건 뒤 호르무즈 파병을 검토했다.
- 조사단은 이란제 미사일 가능성을 제기했고 외교부는 이란대사를 초치했다.
- 호르무즈는 우리 선원·에너지와 직결돼 역대 파병과 성격이 다르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아덴만 상대는 해적 8명, 호르무즈 상대는 IRGC 잠수함과 대함미사일
2020년 작전구역 3.5배 확대… 1년 뒤 돌아온 것은 한국케미호 나포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지난 5월 4일 오후 3시 30분,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 앞바다. HMM이 운용하는 파나마 국적 벌크선 나무호의 선미 좌현 평형수 탱크 외판이 찢어지며 불길이 솟았다. 배 안에는 한국인 6명을 포함해 24명이 타고 있었다. 두 달 열흘 전 호르무즈해협에 들어섰다가 이란의 봉쇄로 페르시아만에 갇힌 배였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23일 뒤 결론을 내놨다. 잔해 엔진에서 이란 제조사 각인(刻印)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나왔고, 탄두 형상은 이란제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과 닮아 있었다. 외교부는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했다.
이러한 사실들이 이번 파병 논의의 성격을 다른 모든 파병과 갈라놓는다. 대한민국 국민이 탄 배가, 특정 국가 정규군의 대함미사일에 맞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군이 가려는 곳이 바로 그 바다다.
국방부는 8일 "호르무즈 현지 상황파악을 위해 현지조사단을 파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는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고, 미국이 시한을 정해 요청했다는 보도도 부인했다. 그러나 정부가 P-8A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반(EOD) 투입을 놓고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미 여러 경로로 확인된 사실이다.

◆베트남·걸프·이라크와 무엇이 다른가 = 1964년 이후 대한민국이 국군을 국경 밖으로 내보낸 것은 스무 차례가 넘는다. 그 62년의 파병사를 뜯어보면, 이번 호르무즈가 어느 계보에도 온전히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1세대는 '동맹의 청구서'였다. 1964년부터 1973년까지 32만여 명이 베트남에 갔고, 5099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는 그 피로 안보와 달러를 샀다. 파병의 목적은 명확했지만, 전장은 우리 것이 아니었다.
2세대는 '국제사회 입장권'이었다. 1991년 걸프전에 국군의료지원단(비마부대)과 공군수송단(은마부대)을 보냈다. 규모는 300명 남짓. 그러나 130억 달러를 내고도 "수표외교"라는 조롱을 들은 일본과 대비되면서, 사람을 보낸 나라와 돈만 보낸 나라의 차이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3세대는 '유엔의 이름'이었다. 1993년 소말리아 상록수부대를 시작으로 동티모르, 레바논 동명부대, 남수단 한빛부대, 아이티 단비부대로 이어진 평화유지활동(PKO)이다. 공병과 의무, 재건이 임무였고 총구는 방어에만 쓰였다.
4세대는 '동맹과 국익의 혼합'이었다. 2003년 서희·제마부대, 2004년 자이툰부대 3600명, 아프가니스탄 오쉬노부대, UAE 아크부대.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전 반대 여론과 부시 행정부와의 견해차 속에서도 국익을 위해 파병을 결단했다.
이 네 세대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가지 않아도 우리 국민이 당장 죽지는 않았다. 명분·동맹·국제적 위신을 얻으러 갔지, 잃은 것을 되찾으러 간 적은 없었다. 호르무즈는 다르다. 이미 우리 배가 두들겨 맞았다. 나무호 이전에도 지난 3월 초 기준, 한국 국적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58명(외국 선박 승선자 35명 포함)이 해협 안팎에 발이 묶였다. 파병 논의가 "국제 기여"라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 선원의 목숨"이라는 구체성에서 출발하는 첫 사례다.

◆'해적 퇴치식 해법'은 통하지 않는다 = 우리 국민은 '중동 해역 파병'이라는 말에서 자연스럽게 아덴만을 떠올린다. 2011년 1월 21일,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최영함과 해군 특수전전단이 습격해 인질 21명 전원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 말이다. 해적 8명이 사살됐고 우리 측 전사자는 없었다. 석해균 선장은 총상을 입고도 살아 돌아왔다.
그 작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청해부대가 이미 2009년부터 그 바다에 있었기 때문이다. 없었다면 인질은 소말리아 내륙으로 끌려갔을 것이고, 우리는 협상금 액수를 놓고 몇 달을 보냈을 것이다. 파병의 값어치는 '갈지 말지'가 아니라 '있을 때 있었는가'로 결정된다는 것을 아덴만이 증명했다.
문제는 호르무즈에서 그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덴만의 상대는 소총과 사다리를 든 '해적떼들'이었다. 호르무즈의 상대는 기뢰와 잠수함, 대함미사일과 수상드론을 운용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정규 해군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9월 6일까지 대이란 해상봉쇄를 집행하면서 상선 92척의 항로를 바꾸고 3척을 무력화했으며, 2척에 승선 검색을 했다고 밝혔다. F-35A까지 해협 상공을 순찰하고 있다. IRGC는 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함정 2척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쐈다. 이건 해적 소탕이 아니라 저강도 해상 전역(campaign)이다.
우리 해군이 보유한 P-8A는 6대뿐이다. 북한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감시해야 하는 한반도 대잠전 소요를 빼면, 실제로 뺄 수 있는 것은 1~2대다.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보내면 원양 보급 능력의 상당 부분이 그쪽에 묶인다. 규모는 역대 파병 중 가장 작지만, 전력 공백의 비율로 따지면 결코 작지 않다.

◆국익이 명분이 아니라 숨통을 틔우는 첫 파병 =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에 몰려 있고,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지난다. 액화천연가스(LNG)도 20% 안팎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2020년 국방부가 청해부대 작전구역을 확대하며 내세운 논리도 "수입 원유 수송의 70% 이상"이었다.
숫자는 6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국내 정유설비가 중동산 고유황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어 미국산 경질유로 갈아타면 정제 마진이 깎이기 때문이다. 다변화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경제적으로 불리하다. 그래서 오일쇼크 이후 50년간 구호만 반복됐다.
전쟁의 대가는 이미 청구되고 있다. 3월 9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11.24달러를 찍었다. 7월엔 홍해 봉쇄 우려까지 겹쳐 100달러를 넘었다. 9월 8일 후티 반군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으로 브렌트유는 다시 99달러에 육박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 상태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 "우리가 파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미국이 요구하기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베트남 파병은 '안보'를 샀고, 걸프전 파병은 국제사회의 '자리'를 샀으며, 이라크 파병은 동맹의 '신뢰'를 샀다. 모두 '있으면 좋은 것'이었다. 호르무즈는 다르다. 이 해협이 막히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봤다.
유조선이 못 들어오면 정유공장이 멈추고, 정유공장이 멈추면 휘발유값이 오른다. 전기요금이 오르고 항공료가 오르고 플라스틱 원료값이 오른다. 그다음은 라면값이고 배춧값이다. 3월에 WTI가 111달러를 찍었을 때, 정부가 부랴부랴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 것이 그 증거다. 폭이 좁은 이 바닷길 하나가 막히면 그 충격은 몇 달 뒤 우리 국민의 밥상과 월급봉투로 돌아온다.
베트남에 가지 않았어도 서울의 전등은 켜졌다. 이라크에 가지 않았어도 공장은 돌아갔다. 그러나 호르무즈가 닫히면 전등도 공장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말해온 '국익'이 있으면 좋은 것, 얻으면 유리한 것이었다면, 이번 국익은 없으면 숨이 막히는 것이다.

◆2020년의 '우회로'는 이제 없다 = 2020년 1월 3일, 미군 드론이 바그다드 공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폭살했다. 닷새 뒤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로 보복했다.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이 임계점에 달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호위연합체(IMSC) 참여를 요구했다. 우리 정부에도 같은 청구서가 날아왔다.
선택지는 셋뿐이었다. 미국의 연합체에 들어가 이란과 척지거나, 거절해 동맹에 상처를 내거나, 제3의 길을 찾거나. 정부는 세 번째를 택했다. 1월 21일, IMSC에는 연락장교 2명만 보내고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의 작전구역만 호르무즈 인근까지 한시적으로 넓힌다고 발표했다. 1130km이던 작전 해역이 3960km로 3.5배 늘었다.
형식은 절묘했다. 이미 나가 있는 부대의 활동 반경을 조정하는 것이므로 새 파병이 아니고, 따라서 국회 동의도 필요 없다. 명분은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로 한정해 이란에는 "미국 작전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미국에는 성의를 보였고, 이란에는 선을 그었으며, 국내적으로는 논쟁을 피했다. 정부는 이를 성과로 자평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청구서가 날아왔다. 2021년 1월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 공해상에서 케미컬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20명이 타고 있었다. 혐의는 해양오염이었지만, 이란은 끝내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
선원 19명은 한 달 만에 풀려났고, 선박과 선장은 95일이 지나서야 반다르압바스를 떠났다. 나포 다음 날 청해부대 최영함이 인근 해상에 도착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란이 실제로 노린 것은 미국 제재로 묶인 70억 달러의 동결자금이었다. 애매한 태도는 양쪽 모두에게 애매하게 읽힌다는 교훈이었다.
이번에는 그 우회로가 막혀 있다.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군을 국외에 파견하려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정부도 파병동의안 제출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작전구역 확대'라는 행정적 편법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규모와 성격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면 돌파 외에 길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역대 어느 파병보다 정치적으로 '벌거벗은 채' 이뤄진다.

◆일본은 못 가고, 우리는 안 갔다 = 지금 호르무즈에서 가장 분주한 나라는 일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6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4개국의 항행안전 공동성명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3월에는 영국 제안으로 일본·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네덜란드가 이름을 올린 7개국 정상 공동성명에도 참여했다.
상징적인 장면은 5월 12일에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주최한 40여개국 첫 호르무즈 국방장관 회의가 화상으로 열렸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은 그날 기자회견에서 직접 참석 의사를 밝히며 "해협은 세계 물류의 요충이자 국제 공공재"라고 했다. 한국도 이 회의에 참석했다. 다만 자리에 앉은 사람은 국방부 정책기획관, 육군 소장 국장급이었다. 안규백 장관은 한미 통합국방협의체 참석차 워싱턴에 있었다. 같은 테이블에 일본은 장관을 앉혔고, 우리는 국장을 앉혔다. 참석 여부는 같았지만 무게는 같지 않았다.
정작 자위대는 아직 못 움직인다. 헌법 9조 때문이다. 교전이 진행 중인 해역에서 기뢰를 제거하면 기뢰를 부설한 국가에 대한 무력행사로 해석될 수 있다. 자위대법 82조 '해상경비행동'을 근거로 삼아도 호위 대상은 일본 관련 선박에 한정되고 무기 사용도 제한된다. 그래서 일본은 정전 합의 뒤 유기기뢰(遺棄機雷)를 제거하는 1991년 걸프전 모델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고 싶어도 법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반대다. 우리에겐 헌법 9조가 없다. 이미 아덴만에서 18년째(올 9월 현재) 해상작전을 하고 있고, 실전 배치된 소해함과 폭발물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고, 원양 군수지원 능력까지 갖고 있다. 상륙함·소해함·초계기·EOD를 모두 자체 보유한 나라는 많지 않다. 일본은 못 해서 못 갔고, 우리는 할 수 있는데 가지 않았다. 이 차이가 향후 10년간 국제 해양안보 질서에서 두 나라의 위치를 가를 것이다.
주목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그러고는 자기들 이름으로 방어적 성격의 '다국적 해상연대'를 꾸려 50개국 가까이 끌어모았다. 4월 22~23일 런던 북부 노스우드 영국군 상설본부에서 열린 국제 군사계획회의에는 44개국이 모였고 한국도 참석했다. 미국의 요청에 응한 것이 아니라, 자국 이익을 위해 자국이 설계한 임무를 수행하는 형식을 택한 것이다. 참여의 실질은 같지만 정치적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정부의 무게중심은 다른 쪽에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월 국회에서 미국이 제시한 해양자유구상(MFC)을 "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MFC는 미 중부사령부가 주도하는 연합체다. 같은 바다에 같은 자산을 보내더라도, 영·프 구상에 들어가면 '우리가 정한 임무'가 되고 MFC에 들어가면 '미국이 정한 임무'에 편입된다.

◆백지수표는 안 된다 = 전인범 전 사령관의 경고는 여기서 가장 날카롭다. "파견이 곧 백지수표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임무는 세 겹으로 잠가야 한다. 첫째, 목적을 항행의 자유와 상선 안전 보호로 못 박는다. 해상 감시, 선박 호송, 군수지원, 기뢰 대응까지다. 둘째, 이란에 대한 공격작전 참여는 별도의 정치적 결정 사항으로 분리해 명문화한다. 셋째, 교전규칙(ROE)과 연합지휘체계를 파병동의안에 담아 국회 통제 아래 둔다.
우리 군이 미·이란 교전의 '종속변수'가 되는 순간, 나무호의 선원들을 지키러 간 배가 나무호 같은 배를 더 만들어내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란에 대한 설명도 사후가 아니라 '사전'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 시간표는 이미 흐트러졌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9월 7일 자신의 X계정에 한국어로 직접 작성한 입장문을 올렸다.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다른 국가가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당사자를 직접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어로 쓴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정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을 향한 메시지다.
2020년의 교훈은 여기에 있다. 그때 정부는 미국과 이란 모두와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우리 입장을 우리가 설명한 대로 읽지 않았다. 협의를 했느냐가 아니라, 우리 임무의 한계가 문서로 명확했느냐가 문제였다. 이번에는 파병동의안에 임무 범위와 철수 조건을 못 박아 테헤란이 오독(誤讀)할 여지 자체를 없애야 한다.

◆규모는 가장 작고 무게는 가장 무겁다 = P-8A 한두 대와 군수지원함 한 척, EOD 수십 명. 병력 3600명을 보낸 자이툰부대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다. 그러나 이번 파병은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답해야 하는 질문을 담고 있다.
세계 수준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나라가, 자기 국민이 탄 배가 대함미사일에 맞았을 때 남의 군함에 호위를 부탁해야 하는 나라로 남을 것인가. 전인범 전 사령관은 이렇게 정리했다. "파견에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도 위험이 있다." 62년 전 우리는 살기 위해 남의 전쟁터에 갔다. 이번엔 우리 배가 다니는 바다로 간다.
gomsi@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