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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도입] '양날의 검' 노동이사제 순기능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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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 권한 충분히 보장해야"
"제도 안착 위해 정부 지원 절실"

[세종=뉴스핌] 정성훈 성소의 기자 =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131개 공공기관 노동자 대표의 경영권 참여가 공식화됐다.

정부는 이번 공운법 개정으로 공공기관의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 민주적 의사결정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단초가 마련됐다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순기능만큼 부정적인 견해도 여전하다.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에서 경영권의 지시를 받던 노동자 대표가 이사 역할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노사갈등이 심화된 일부 기관의 경우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경영계는 공공기관에 우선 적용된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확산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노조의 입김이 강화되면서 주요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이는 곧 기업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 법제화를 넘어 내실을 꾀하려면 공공기관이 노동이사에 대한 충분한 권한과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법 적용에 앞서 기관별 노동이사제 안착을 위한 정부의 현실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당부한다.     

◆ 경영계 vs 노동계, 노동이사제 도입 첨예한 대립 

공운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공운법 개정안 국회 통과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경영계는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 경제시스템과 부함하지 않고, 이사회가 노사갈등의 장으로 변질되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재검토가 필요함을 요청해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사회적 합의 없이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에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록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은 확정되었지만 향후 운용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노동조합원과 경영진의 일원인 이사의 신분은 이해충돌 관계를 발생시킬 수 있어, 노동이사 임기 중에는 노동조합에서 탈퇴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전문가 인식 조사'에서 조사대상인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 중 44%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공기업의 도적적 해이와 방만경영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노동이사제의 도입이 노조 측으로 기울어진 노사관계 힘의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의견(68.5%)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명확히 했다. 

노동이사제 민간기업 도입 시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2022.01.11 jsh@newspim.com

더욱이 경영계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제화가 민간기업 확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경영권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경총 조사에서는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이 61.5%에 달했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제화가 민간기업 도입 압력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응답도 90%에 육박했다.     

이날 경총은 입장문에서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우리 시장경제에 큰 충격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향후 민간기업 확대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노동계는 두팔 벌려 환영하는 모습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공운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우리 사회가 노사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성숙한 사회로 나가는 데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은 명백하다. 폐쇄성과 비민주성을 걷어내는 것"이라며 "그 방법이 바로 노동자의 참여이고 국민의 견제이며 그 시작이 바로 노동이사제"라고 밝혔다.

◆ 노동이사제 도입 놓고 전문가 찬반 의견도 분분 

노동이사제 도입을 놓고 전문가들 입장도 엇갈린다. 노동이사제 도입이 주주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과 감시 기능 강화로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상충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이사제 도입이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이는 곧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 교수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재산권에 대한 침해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공공기관의 경우 민법상 법인처럼 된 경우도 존재하지만, 주식회사 형태의 공공기관도 존재한다. 이사회 선임의 경우 주주의 권리인데 이를 침해해가면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지 비판적"이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일례로 "만약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상장사인데, 투자자와 국가 사이의 분쟁 해결 제도인 ISDS가 가동될 가능성도 생겨날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또 노동이사제 도입 후 이사회 내에서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염려한다. 그는 "이사회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이사회 안에서도 갈등이 생기게 되고 노사관계, 노사 간의 문제가 그대로 이사회에 연결되거나 확대될 여지가 있고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줄이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염려했다.  

반면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의 순기능 측면을 강조한다. 우선 김 부소장은 "노동이사제는 기관의 투명성과 감시 견제 역할을 하기 위해 경영참여 모델의 하나로 추진된 것"이라며 "유럽에서도 절반 이상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공공기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에 오히려 시행 취지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이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참여해서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사회가 7명 있는 기관에 노동자 대표 1명이 들어가서 표결을 이길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 부소장은 민간기업 확산 가능성에 대한 경영계 우려도 지나친 상황이라고 일축하다. 그는 "경영계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우려하는 이유가 민간으로 확산될 가능성 때문"이라며 "물론 경영계가 우려하는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완전히 민간에 확산되려면 한 20년은 있어야 하기에 지나친 우려"라고 과대 해석을 경계했다.     

◆ 노동연구원 "노동이사제 도입 긍정적…큰 틀의 변화 어려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2020년 3월 펴낸 '서울시 노동이사제 운영실태와 쟁점' 보고서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의 득과 실을 면밀히 정리했다. 보고서는 서울시의 5개 공기업 기관장 및 상임이사, 이사회 담당 부서장 등 총 35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경영 투명성(67.3%), 공익성(55.1%),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69.4%)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절반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영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경영계 우려에 대해, 이사회 의사결정이 지연됐다는 반응은 4.1%에 불과하고, 현상유지했다는 답변이 26.5%, 의사결정 지연 우려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9.4%에 달했다.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한 서울시 공기업 이사진 평가 [자료=한국노동연구원] 2022.01.11 jsh@newspim.com

보고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긍적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큰 틀의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측면도 함께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평소에는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다 이사회 의결 사항이 있을 경우 이사로 활동해야 하는 '이중적 정체성'으로 인해 현업과 이사 활동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정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노동이사 대부분이 이러한 이중적 정체성으로 인해 마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과 같은 상당한 감정노동을 겪고 있으며, 이는 곧 노동이사 활동 자체에 대한 부담감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대표론과 위임론의 충돌도 경계했다. 예를 들어 과반수 노조의 내부 경선 및 추천을 통해 본선에서 선출된 노동이사는 과반수 노조 조합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수렴하면서 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이를 대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현실적 책임 의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과반수 노조의 추천 등을 통해 형성된 대표성과 모든 직원의 의사를 위임받아 참여하는 이사회 내 공식적 의무의 충돌은 실제 노동 이사 활동의 현실에서 중요한 쟁점"이라고 평가했다. 

◆ 전문가 "공공기관 자율화 논의·기관별 안착 지원 선행돼야" 

전문가들은 이미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근거가 마련된 만큼 앞으로는 후속 대책 마련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기관별 노동이사제 안착을 위한 정부의 지원, 공공기관의 자율화 논의 등이 선행돼야 제도적 완성을 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이사제 법제화를 넘어 내실을 꾀하려면 공공기관이 노동이사에 대한 충분한 권한과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또한 법 적용에 앞서 기관별 노동이사제 안착을 위한 정부의 현실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상준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자율화 논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노동이사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기획재정부와 각 주무부처가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주요 안건은 미리 사전 조율해서 이사회에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이사의 경영권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현장에 있는 분들은 경영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으니 노동이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수록 회계, 재무재표 보는 방식이라든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적극 반영하는 등 변화하는 환경 정책에 맞게 노동이사를 교육할 수 있는 공공기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은 노동이사의 자격이 중요할 거 같다"면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해당 공공기관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적격자가 노동이사로 선출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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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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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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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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