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증권·금융 은행

속보

더보기

[퇴직연금 개혁] ③ 국민연금 운용에 금융권 '패닉'..."원리금 보장상품 규제 풀어야"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국민연금에 사업자 지위 부여…한정애 의원 발의 관심
국민연금 증시 폭락 때마다 혹평, 장기 수익률은 양호
디폴트옵션 재설계로 원리금 보장상품 없애자는 금융권
"퇴직연금 394조 성장 배경에는 금융사 20년 투자 결실"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연 환산 수익률이 불과 2%대인 퇴직연금의 부진한 수익률로 새롭게 떠오르는 조직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다. 과거 국민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마다 '기금운용본부'는 언론의 혹평을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정적인 장기수익률로 우호적인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퇴직연금 개혁] 글싣는 순서

1. 금융사 전문성 있나…퇴직연금 5년 연 수익률 '2.35%' 그쳐
2.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수의 절반…'현물이전제'에 은행들 난리
3. 국민연금 운용에 금융권 '패닉'…"원리금 보장상품 규제 풀어야"
4. 국민의힘 '연금개혁 부처 협의체' 추진
5. 국민연금, 퇴직연금시장 진출 '물꼬'…고용부 '난감' vs 국민연금 '표정관리'
6. 여당, 국민연금 운용에 '긍정적'…금융업계 "연기금, 자본시장 장악" 우려
7. 野 "국민연금은 '메기효과'…수익률 개선 선택지일 뿐"
8. 퇴직연금에 '투자성향진단' 족쇄 풀어야

◆ 국민연금 증시 폭락 때마다 혹평? 장기 수익률은 양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기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1999년 설치된 전담 조직이다. 기금운용본부장 아래 14실·1단·3개 해외사무소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관리∙운용을 위해 3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선발됐다. 이들이 시장 분석, 포트폴리오 관리, 투자상품 매매 등으로 1147조원의 기금을 운용 중이다.

1988년 설립 이후 2023년말까지 국민연금의 연 수익률은 5.92%(금액가중 수익률)를 기록했다.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들의 연금수익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절대적 기준으로는 은행 예금금리를 훨씬 뛰어넘는 양호한 성과다. 특히 퇴직연금의 10년 연 환산 수익률 2.07%와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지는 수익률이다.

지난 14년간 국민연금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는 딱 2번이다. 2018년에 -0.92%로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8.22%로 크게 부진했다. 그 때마다 국민연금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전 국민의 노후생활이 달린 마지막 보루 국민연금의 마이너스 수익률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언론과 국민들의 비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대상은 은행 예금이 아니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 분야에 분산하는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특성상 시장 상황에 따라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는 건 상식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운용능력에 대한 평가는 연간 단위가 아니라 훨씬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다. 

 ◆ 주식 비중 늘려야 수익률 높아져…진화하는 포트폴리오

과거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는 주식보다 채권 비중이 높은 안정형 성향이 강했다. 4년6개월 전인 2019년말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주식 비중이 40.6%, 채권 비중이 47.6%, 대체투자 비중이 11.4%다. 반면 현재의 포트폴리오에서는 주식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2024년 6월말 기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는 2019년말 대비 주식 비중이 7.2%P 증가한 47.9%, 채권 비중은 -11.7P 감소한 35.9%, 대체투자 비중은 4.5%P 증가한 15.9%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투자 이해도가 높아짐에 따라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도 위험자산을 더 높이는 '고위험 고수익' 선호형으로 진화한 셈이다. 국내투자와 해외투자의 비중도 44.9% 대 55.1%로 역전됐다. 사상 처음으로 해외투자 비중이 55%를 넘긴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중기 자산배분은 더 공격적이다. 2028년에는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현재의 47.9%에서 7.1%P 끌어올린 55%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반면 안전자산인 채권 비중은 현재의 35.9%에서 -5.9% 축소한 30%까지 낮출 계획이다. 이는 지금보다 더 높은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 수익률 부진한 퇴직연금 운용도 국민연금에 맡길까?

양호한 국민연금 수익률과 달리 연 환산 2%대의 부진한 퇴직연금 수익률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의 한정애 의원이 지난 8월 28일에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국민연금(NPS)'에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해 퇴직연금의 부진한 수익률을 개선하자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100인 초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에 '기금형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신뢰성 높은 정부기관인 국민연금과 일반 사기업인 은행, 증권, 보험이 경쟁하는 구도가 돼 버린다.

이 내용이 알려진 후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권 관계자들은 패닉 상태다. 주요 은행이나 증권 관계자들도 현재의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과는 제도적 차이가 크다는 점도 감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지금의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영하게 되면 수익률 개선 가능성은 확실히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기금과 달리 강제운용 방식이 아니다. 회사 또는 근로자가 은행, 증권, 보험 등의 민간 금융기관과 계약해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계약형 제도'다.

그런데 직장인 입장에서 퇴직연금은 은퇴 후의 마지막 보루다. 심리적으로 공격적인 실적배당상품보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은퇴가 임박할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진다. 이런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강제 운용되는 국민연금과의 단순 수익률 비교는 불합리하다는 게 금융권의 입장이다.

◆ 국민연금 음모론까지…20년 일군 시장 못 뺏겨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지적하는 금융권 관계자도 많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작동하는 제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도입 목적이 원리금보장 상품을 벗어나 실적배당상품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였다"며 "그런데 원리금 보장상품이 포함되는 바람에 90%의 가입자가 예금상품을 선택해 제도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만약 원리금 보장상품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디폴트 옵션 작동 전에 미리 예금상품을 지정해 운용 지시하면 되므로 디폴트옵션에서는 예금상품을 제외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디폴트옵션' 안에 원리금 보장상품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금융업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이 짧은 기간에 394조원까지 성장한 건 금융권이 지난 20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장을 키운 공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와서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까지 개입하는 건 미래에 연금 지급이 본격화되면 고갈될 운명인 국민연금이 조직 축소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음모론적 시각도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진 = 셔터스톡]

◆ 국민연금 몰아주기...퇴직연금 악용 우려도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연금구조는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으로 구성돼 있다"며 "각 층별로 엄연히 각자의 역할이 있는데 1층에 이어 2층마저 국민연금에게 몰아주는 게 과연 합리적인 방향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또 "사실상 국민연금과 금융업계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함께하는 '갑'과 '을'의 관계"라며 "이번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 '을'의 입장인 금융권에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인 점을 우려했다.

지금도 국민연금이 주총 의결권 등을 통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더 높이겠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퇴직연금 운영마저 국민연금에 맡겼을 때의 부작용도 고민해야 한다. 먼 미래에는 국민연금 고갈 방어를 위해 퇴직연금이 악용될 우려도 있다.

지금의 부진한 퇴직연금 수익률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퇴직연금시장에도 관여할 경우 국가가 자본시장을 운용하는 꼴이라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우려도 많다. 퇴직연금 '수익률 부진'과 '권력 집중'이라는 2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longinu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사진
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