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정부가 24일 반도체 호황 대응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내국세 장기 추세 초과분을 적립해 AI·청년·성장에 쓴다.
- 다만 인출 기준과 국회 통제가 미흡해 논란이 일고 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세입 둔화 땐 재정안정화 활용…장기투자 지속 기준은 과제
거액 기금 운용할 인출 원칙·국회 감시체계 구체화 등 필요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을 배경으로 늘어날 수 있는 세수를 미래에 투자하기 위한 새로운 '저금통'을 만든다. 내국세가 과거 10년간의 장기 증가 추세를 웃돌 경우 초과분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인공지능(AI)과 청년, 성장동력 등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취지는 명확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같은 호황으로 세금이 평소보다 많이 걷혔을 때, 이를 경직적인 의무지출 확대에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미래 성장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재정 여력이 생겼다고 당장 씀씀이부터 늘리기보다 미래를 위해 재원을 남겨두겠다는 정부의 방향 자체는 합리적이다.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재원인 '추가세수'는 이미 국고에 들어온 돈을 뜻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최근 10년간 내국세 결산액의 연평균 증가율을 토대로 장기 추세치를 산출하고, 다음해 내국세 세입예산이 이를 웃돌 경우 그 차액을 추가세수로 판단한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세입보다 실제 세금이 더 걷혔을 때 발생하는 '초과세수'와는 다른 개념이다.

정부가 기준 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한 데에도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 고려됐다. 기획예산처는 반도체 업황이 통상 3~5년 주기로 등락한다는 점을 들어, 상승기와 하락기를 모두 산식에 담아 특정 시기의 호황이 추가세수를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세수 전망의 불확실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법인세수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기업의 실적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거나 주요 기업의 실적이 악화하면 내국세가 장기 추세치를 웃돌지 못해 추가세수가 줄거나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세수가 장기 추세치를 밑돌 경우,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재원을 전출해 세입 변동에 따른 재정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설계다. 이에 대해 기획처 관계자는 "호황일 때는 추세치를 웃도는 부분을 적립하고, 세입이 추세치보다 미달할 경우에는 재정 안정화 기능을 하는 '저수지'처럼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돈을 되돌려 보내는 구조는 있지만, 정작 AI·첨단산업·청년 등 몇 년 안에 성과를 보기 어려운 분야에 대한 장기 투자를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원칙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래 투자는 수도꼭지처럼 재정 여건에 따라 틀었다 잠갔다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호황기에 추가세수를 믿고 사업을 벌였다가 불황기에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자를 줄인다면 '미래대응'이라는 기금의 이름부터 무색해진다.
전문가들은 평상시에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분야에 재원을 쓰되, 경기 둔화나 대규모 세수 결손처럼 일정한 조건이 발생했을 때만 꺼내 쓸 수 있도록 인출 기준을 미리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가세수를 이용해 재정지출을 반복적으로 늘리는 '습관성 추가경정예산'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이미 집행한 지원금 등 필요한 재원을 먼저 보전한 뒤, 남은 재원만 기금에 적립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기금의 재량권을 둘러싼 우려도 있다. 미래대응기금은 기금운용계획을 짤 때 국회의 심의·의결을 받지만, 이후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는 지출금액의 최대 20%까지 국회 승인 없이 변경할 수 있다. 호황기에 재원을 쌓아두는 것까지는 좋지만, 불황기에 그 재원을 어떻게 풀어 쓸지를 정부가 상당 부분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적자성 국가채무가 올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거액의 재원을 국회가 사전에 세부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재정건전성 논란도 제기된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역시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해 상시 추경이나 정부의 '쌈짓돈'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다만 현행 국가재정법이 주요 항목의 일정 범위 내 변경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기금 규모가 커질수록 국회가 어느 수준까지 사전에 지출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할지 역시 제도 설계 과정에서 따져볼 문제다.
더구나 미래대응기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 1972년 도입 이후 장기간 유지돼온 내국세 20.79% 자동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기존 방식과 새 산식 간의 차액은 기금 내 별도의 교육·인재계정에 묶인다. 기존 재원 배분 체계까지 바꾸면서 만드는 기금이라면, 재원이 풍족할 때뿐 아니라 부족할 때 각 계정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그만큼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반도체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를 흥청망청 쓰지 않고 미래를 위해 남기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다. 이는 오히려 재정이 해야 할 역할에 가깝다. 정부는 불황기에는 기금을 일반회계로 되돌리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해뒀다. 그러나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좋은 시절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 위에서 돈의 사용처를 정하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시절이 찾아왔을 때도 필요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이 국회의 눈 밖에서 이뤄지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 역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슈퍼사이클이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지만, 결국 방점은 '사이클'에 있다. 반도체 호황은 영원히 이어지는 직선이 아니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 미래대응기금이 정말 미래를 위한 기금이라면 호황기에 얼마를 담을 것인지보다 사이클이 꺾인 뒤에도 어떤 기준과 규모로 미래 투자를 이어갈 것인지, 그 과정을 누가 어떻게 감시할 것인지에 대한 답부터 준비해야 한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