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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핵잠수함 사업, 정권 사업 아닌 국가 약속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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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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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15~20년 걸리는 국가사업이라 했다.
  • 특별법·특별계정·상설조직으로 정권 변경에도 못 멈추게 해야 한다.
  • 국회가 사전 동의로 중단·취소를 통제해야 한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핵잠 건조 단순 해군 무기획득사업 아닌
국회 법률 근거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
폐지 못하게 추진조직 '법정 상설조직화'
국방위 여야 '핵잠건조지원소위원회' 상설
어느 정부도 국가적 사업 중단 못하도록
국회 법률적·재정적 견제장치 반드시 마련

핵추진잠수함 건조는 한 정부의 임기 안에 끝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원자로와 핵연료 확보 ▲잠수함 설계·건조 ▲육상원형시험시설 건설 ▲승조원 양성 ▲안전규제체계 확립까지 최소 15~20년이 필요하다. 막대한 예산과 고도의 기술, 치밀한 외교 협상도 요구된다. 문제는 대통령 임기가 5년이라는 데 있다. 국가안보상의 필요보다 정권의 우선순위에 따라 사업의 존폐가 결정된다면 핵잠은 언제든 다시 멈춰 설 수 있다.

경항공모함 사업이 대표적인 교훈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항모 확보를 추진하면서 2022년도 기본설계 착수 예산으로 약 72억 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5억 원으로 줄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예정됐던 기본설계 입찰도 진행되지 않았다. 사업비가 국방중기계획과 정부 예산안에서 사실상 제외되면서 경항모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었다. 정권이 바뀌자 장기 무기체계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사례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

◆법률·재정·조직, 국회 상시 통제와 연결돼야

핵잠 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비밀리에 추진된 '362사업'은 개념설계까지 진행됐지만 사업단 해체와 함께 중단됐다. 이후 관련 기관들이 소형 원자로와 잠수함 기술 연구를 이어 왔고 상당한 규모의 응용연구비도 투입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업의 명칭과 추진체계, 일정이 흔들렸다.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추진되더라도 현행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다음 정부가 예산을 삭감하거나 조직을 없애는 방식으로 사업이 다시 멈출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핵잠 특별법의 핵심은 사업을 시작하도록 지원하는 데만 있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목적은 어느 정부도 국가적 합의 없이 사업을 마음대로 중단하거나 취소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법률·재정·조직을 국회의 상시적인 통제와 연결해야 한다.

◆핵잠 특별계정 설치, 주요 사업 계속비 편성

첫째, 핵잠 건조를 단순한 해군 무기획득사업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 특별법에는 ▲사업 목적과 기본 원칙 ▲단계별 목표 ▲정부의 재정지원 의무 ▲핵연료 확보 ▲국제협력 ▲안전규제 ▲인력양성에 관한 사항을 명시해야 한다. 대통령령이나 국방부 내부 지침에만 맡겨 두면 정권이 바뀔 때 조직과 계획을 쉽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핵잠 특별계정을 설치하고 주요 사업을 계속비로 편성해야 한다. 해마다 편성되는 국방예산과 5년 단위 국방중기계획에만 의존해서는 20년에 걸친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원자로 개발과 육상원형시험시설 건설, 선도함 설계·건조 등 사업 단위별로 총액과 연부액을 정해 국회 의결을 받도록 해야 한다.

계속비는 현행 국가재정법상 원칙적으로 5년, 필요한 경우 10년까지 설정할 수 있고 국회의 의결을 거쳐 연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20년 사업 전체를 한 번에 묶기보다 단계별 계속비 사업으로 나눠 연결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특별계정에는 국방부 예산뿐 아니라 과학기술·산업·외교·원자력 안전 분야의 소요 예산을 구분해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특정 부처가 예산을 편성하지 않거나 협조를 늦춰 전체 사업을 멈추게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특별계정의 목적 외 사용과 임의 전용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대통령령 개정·직제 조정으로 폐지 못해야

셋째, 추진조직을 한시적 태스크포스(TF)가 아닌 법정 상설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실 직속 핵잠사업추진위원회와 독립된 사업단조직을 특별법에 명시하고, 정부가 대통령령 개정이나 직제 조정만으로 이를 폐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외교부는 미국과 핵연료·원자력 협력 문제를 협상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안전조치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 과학기술 부처와 연구기관은 원자로와 핵연료 기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독립적인 안전 규제, 산업 부처와 조선업계는 공급망과 생산 기반을 담당해야 한다. 사업단장의 임기도 정권 임기와 분리해 전문성과 성과를 기준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법률과 특별계정, 상설조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하지 않거나 사업계획을 변경하면 법에 명시된 제도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넷째 장치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여야가 참여하는 상설 '핵잠건조지원소위원회'(가칭)를 설치해야 한다. 이 소위는 단순히 정부를 돕는 후원기구가 아니라 행정부의 일방적인 사업 축소·중단·취소를 막는 국회 차원의 견제 기구가 돼야 한다.

정부는 소위에 최소한 반기별로 핵잠 건조 추진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보고 대상에는 ▲핵연료 확보 협상 ▲원자로와 선체 개발 ▲육상원형시험시설 건설 ▲안전규제체계 수립 ▲인력 양성 ▲총사업비와 특별계정 집행 실적이 포함돼야 한다.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지연되거나 사업비가 일정 비율 이상 증가할 때에는 원인과 책임, 보완계획을 별도로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그래픽. [그래픽=문근식 교수] 

◆핵잠, 특정 정권 치적 아닌 국가 약속

더욱 중요한 것은 사업의 중단과 취소 절차다. 정부가 핵잠 사업의 전부 또는 핵심 부분을 중단·축소·취소하려면 먼저 국가안보 영향평가와 함께 이미 투입된 비용과 예상 손실, 핵심 인력과 기술 기반에 미치는 영향, 대체 전력 확보 방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핵잠건조소위가 이를 심사하고 전문가 의견을 들은 뒤 국방위가 의결하며 최종적인 사업 취소는 국회 본회의 동의를 받도록 특별법에 규정해야 한다.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 정부가 사업 조직을 폐지하거나 특별계정에 필요한 예산을 의도적으로 편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필요하다.

안전 문제나 국제협정 위반 가능성처럼 긴급한 사유가 발생하면 정부가 일시적으로 사업을 정지할 수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일정 기간 안에 국회에 정지 사유와 재개 조건을 보고해야 한다. 일시 정지를 명분으로 사업을 무기한 방치하거나 사실상 폐기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서다. 장기 중단이나 영구 취소는 반드시 국회 심사와 동의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소위는 핵잠 특별계정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핵연료 확보 ▲기본설계 완료 ▲육상원형시험시설 착공 ▲시제 원자로 시험 ▲선도함 건조 착수 등 주요 단계마다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여부를 심사하는 '단계별 관문 심사'를 실시해야 한다.

목표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 예산이 차질 없이 편성·집행되도록 뒷받침하고 지연이나 비용 증가가 발생하면 보완계획을 요구해야 한다. 국회가 사업을 직접 지휘하자는 것이 아니다. 행정부는 사업을 집행하되 정권의 정치적 판단만으로 국가전략사업의 생명줄을 끊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방위 소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은 관련 상임위원회와 연계해야 한다. 특별계정과 계속비는 기획재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원자로 연구개발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기반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제협력은 외교통일위원회와 협의해야 한다.

필요하면 이들 상임위가 참여하는 국회 차원의 핵잠사업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다. 여야가 사업의 필요성과 재정계획, 안전성, 국제적 의무에 공동으로 책임질 때 핵잠은 특정 정권의 치적이 아니라 국가의 약속이 된다.

◆국회 강력 견제, 투명성·책임성 함께 따라야

다섯째, 국회의 강력한 견제에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함께 따라야 한다. 군사기밀과 핵심 기술은 철저히 보호하되 사업 목적과 총사업비, 안전대책, 국제규범 준수 원칙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저농축우라늄 사용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IAEA 안전조치와의 투명한 협력, 독립적인 안전감독 원칙도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모든 정보를 감춘다면 사업 실패와 예산 낭비에 대한 감시도 불가능해진다. 공개할 정보와 보호할 정보를 구분하고 기밀 사항은 국회 비공개 보고를 통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미국의 첫 핵잠 노틸러스는 정권을 넘어선 국가적 의지가 있었기에 탄생했다.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은 1952년 기공식에 참석했다. 뒤를 이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사업을 계승했다. 여기에 미 의회의 지원과 하이먼 리코버 제독이 이끈 상설 원자력추진조직이 더해졌다. 대통령 결단과 의회의 초당적 지원과 감시, 전문조직의 연속성이 세계 첫 핵잠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의 핵잠사업도 대통령 한 사람의 결단으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완성할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업을 다시 출발시키는 데 그치지 말고 다음 대통령이 임의로 멈출 수 없는 법률적·재정적 기반까지 갖춰야 한다.

특별법에 국가전략사업 지위를 명시하고 다부처 특별계정과 계속비를 설치하며 국회 국방위 핵잠건조소위에 상시 감독권을 부여해야 한다. 특히 사업의 장기 중단이나 취소에는 국회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행정부가 집행하되 국회가 그 존폐를 견제하고 여야가 정권을 넘어 재정적 연속성을 보증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핵잠 특별법의 성패는 정부에 얼마나 많은 권한을 주느냐가 아니다. 어느 정부도 국가적 합의를 무시하고 사업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국회 견제 장치를 마련하느냐에 달렸다. 핵잠은 정권의 선택사항이 아닌 국가가 미래 세대와 장병에게 한 약속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업적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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