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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⑳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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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이 시기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현 상태에서 머뭇거리다 쇠락할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세계적 선도역할을 해 온 국가들은 이 변곡점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 국가들이다.

이제, 항쟁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때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4.19 학생운동(1960), 광주민주화운동(1980), 6월 항쟁(1987), 촛불시위(2016)에 이르기까지 항쟁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이런 고난의 길을 걸어 왔지만, 우리사회가 왜 아직도 갈등과 분열로 신음하고 있을까? 태풍의 눈 한 가운데는 정적이 흐를 만큼 고요하다고 한다. 한국의 현 상황이 바로 그 상태인 듯하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반문해 본다. 몇 개의 항쟁을 더 거쳐 가야 민주주의가 완성될까? 그 긴 여정을 마치면 과연 우리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세워 행복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이 어둡고 긴 터널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프랑스 혁명은 우리가 민주주의를 배울 때 압제와 불의에 항거하여 탄압받는 시민이 주도적으로 이끈 체제변혁운동으로 소개된다. 프랑스는 1789년 혁명 이후 1800년대에 3번의 혁명이나 폭력적 저항과 한 번의 쿠데타를 경험했다. 7월 혁명(1830), 2월 혁명(1848), 공화정 쿠데타(1850), 파리코뮌(1871) 폭력시위, 그리고 지금도 프랑스는 국민들이 여전히 정부에 대항해 도로점거와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 최근 임마뉴엘 마그롱(E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2027년까지 63세, 2030년까지 64세로 상향한다는 연금개혁을 발표하자 노동계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크롱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로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그만큼 프랑스 혁명이 남긴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과 변화의 시도를 서민의 탄압이라고 규정짓고 대통령의 권력에 대항하는 것이 정의로 받아들인다. 번번이 역대 대통령들이 개혁을 시도할 때마다 궐기해 대통령들을 무릎 꿇렸다. 연금고갈로 미래 세대는 마이너스 연금시대가 된다고 설득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 같은 폭력적 시위와 대화의 단절이 민주주의 지수 측정에서 프랑스를 세계 22위 수준으로 끌어 내렸다. 프랑스 혁명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단지 혁명의 역사는 또 다른 혁명을 낳고 그 혁명은 반혁명을 낳는다는 역사적 제도변화의 흐름을 지적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와 비슷한 양상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19 mironj19@newspim.com

민주주의 역사 발전의 두 갈래

영국은 명예혁명을 마지막으로 입헌군주제 모델의 전형이 되었다. 영국은 이후 한 번도 혁명을 경험하지 않았다. 미국은 독립혁명 이후 흑인해방을 위한 남북전쟁을 벌였지만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다. 스웨덴도 마찬가지다. 1809년 입헌군주제 개헌을 이룬 후 한 번도 스톡홀름에 시민 혁명군이나 외국 군대에 의해 게양된 국기가 내려지는 아픔을 경험한 적이 없다. 정권교체는 헌법에 명시된 제도적 방식으로 평화적으로 이루어졌고, 헌법 개정과 민주주의 개혁이 시민이 요구하기 전에 미국은 대통령이, 영국과 스웨덴은 의회가 먼저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했다. 위 세 나라 개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위로부터의 개혁을 통한 평화적 민주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정치가 먼저 변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스웨덴은 국왕이 권력을 내려놓자, 귀족과 성직자 등 기득권자들이 차례로 권력을 내려놓았다. 영국 통치의 중심에 있었던 상원은 이제 법안 재심 요구권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권력을 하원으로 양도하고 상징적 존재로만 머물러 있다. 스웨덴의 귀족원을 폐지해 선거를 통한 상원으로 개혁했다가 지금은 아예 폐지되었다. 중앙 관료부터 지방 관료까지 부패할 수 없는 국가의 법제도 개혁도 위로부터 개혁이 이루어지니 큰 저항 없이 이루어졌다. 미국은 삼권분립의 틀 속에서 대통령의 행정부와 입법부가 일방적으로 독주할 수 없도록 통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했지만 미국 역사의 분기점에 큰 개혁은 대통령이 이끌어 나갔다. 앤드류 잭슨의 동부 기득권 약화를 위한 엽관제도 도입, 아브라함 링컨의 흑인해방, 체스터 아터의 엽관제도 개혁, 씨어도어 루스벨트의 관료개혁,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총제적 개혁, 린든 존슨이 보편적 선거 개혁 등 역사적 변화의 변곡점에 최고 통치권자가 앞장섰다.

프랑스 혁명의 역사와 독일 바이마르 민주주의 실험의 실패에서 우리는 권력을 몰아준 역사의 실패를 본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반드시 기득권 세력의 반격이 뒤따른다. 권력집중현상의 실패모델에서는 반드시 히틀러와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가 나타난다. 일본의 근대화를 보면 결국 침략주의와 군국주의로 갈수 밖에 없었다. 일왕을 정점으로 정한파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도움으로 재무장된 일본은 군사적 일방주의와 제국주의적 침략주의로 치달았다. 결국 일본의 실패는 집중된 권력의 통제장치 미비가 만들어낸 제도의 실패다. 이토 히로부미가 도입한 일본의 최초 헌법은 독일을 모델로 한 것이었지만 두 모델 모두 전쟁에서 패하면서 실패했다. 일본은 항복문서를 써야 했고, 독일은 입헌 군주제에서 빌헬름 2세는 망명에 오르고 바이마르 공화정으로 권력을 이양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의 흥망 속에 숨어 있는 제도의 생명력을 보면 위로부터 개혁을 통해 권력의 분산과 다원화로 나아갈 때 성공하고 권력이 집중될 때 실패의 모습을 보여 준다.

1904년, 신흥국 일본이 강대국 러시아를 이길 수 있었던 비결

가끔 중고서점에 들리는 것이 취미 중 하나다. 간혹 "심봤다"를 외칠 때가 있다. 얼마 전 발견한 책 중 1905년에 출판된 러일전쟁사 책이 있다. 종군기자들이 찍은 생생한 화보와 일본군 장교, 러시아 장교들과 나눈 인터뷰, 전투 장면이 생생하게 나온다. 당시 조선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본이 점령한 제물포, 평양성, 한양성 등의 사진에서 몰락해 가는 조선의 모습을 보며 비애감을 맛본다.

이 책은 두 가지가 승패를 갈랐다고 결론지었다. 하나는 동맹이다. 영국으로부터 적국의 정보를 일본이 받을 수 있었다. 1902년 맺은 영일 동맹 덕이다. 발틱 함대의 이동경로와 형태, 장비, 도착날짜까지 영국의 텔레그라프를 타고 일본에 전달되었다. 발틱 함대는 마다가스카를 지날 때 이미 뤼순이 함락되었다는 전보를 받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반드시 쓰시마 해협을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인도양을 건너 쓰시마 해협으로 들어섰을 때 39척의 러시아 태평양 제2함대는 3척만 간신히 빠져 나가고 모두 침몰당했다. 정보 뿐 아니라 막강한 해군을 만들어 준 것도 영국이다. 일본의 군함은 영국에서 건조했거나, 일본에서 영국 기술자들이 와 일본기술자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직접 만든 것이다. 일본은 영국에서 배운 군함 제조 기술을 습득해 빠르게 해양강국으로 성장했다. 1870년대부터 당대 세계 최강의 군사기술, 정보, 무기제조 기술, 전술 등 영국으로부터 전수받아 30년 만에 강대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육상전에서는 장교들의 살신성인과 군사들의 사기가 승패를 갈랐다고 보았다. 일본군 장교들은 승리에 목말라 죽음을 각오하고 가장 앞에서 돌격을 외쳤고, 러시아 장교들은 자신을 세계 최강 군대로 믿고 일본군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기강이 해이해 있었다고 종군기자들은 적고 있다. 정신력으로 무장되어 있는 군대와 기강이 흐트러지고 상대를 얏 잡아 보는 군대간의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전쟁역사는 또렷이 보여 준다. 랴오뚱 반도의 뤼순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하고, 발틱함대를 수장시키고 일산천리로 사할린과 블라디보스톡으로 진격하자 러시아는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를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일본의 탄탄한 재정 상태였다. 전쟁을 위해서는 지속적 신무기 공급도 중요하지만 전투지원이 군 사기에 결정적이다. 중앙은행에 충분한 자금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일본은 국채를 발행해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려 했으나 당시 일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일본 군사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승리 가능성을 믿은 로스차일드 은행의 재정 담당인 제이콥 시프(Jacob Henry Schiff)의 설득을 받아내 결국 러일전쟁에 필요한 전비의 40퍼센트를 확보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그의 도움을 받아 리먼브라더스 등 세계 자금을 끌어 오는 데 성공해 전쟁수행을 위한 재정을 차질 없이 확보할 수 있었다. 제이콥 시프는 독일계 유대인으로 반유대인 정책을 펼치는 소련에 강한 반감을 가진 인물이었다. 든든한 재정의 확보를 위한 국제적 큰 손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낸 일본 국립은행의 능력이 없었다면 일본이 러일전쟁을 벌일 수도 없었고,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제이콥 쉬프는 일왕으로부터 최고훈장인 훈1등욱일대수장을 받았다. 러일전쟁의 승리로 더 많은 재정지원을 확보해 한반도를 점령한 후 만주와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고 미국과도 전쟁을 확대할 수 있었던 분수령이었던 셈이다.

스웨덴 국회의사당 [사진=최연혁 교수 제공] kimsh@newspim.com

조선의 몰락과 한반도 분단의 길까지

일본은 7월 러일전쟁 승리 후 1905년 8월 조선 보호권을 영국으로부터 확약 받았고, 1905년 11월 외교권을 박탈하는 을사조약을 강요했다. 1907년 미국으로부터는 가쓰라-테프트 조약을 통해 조선침략과 보호령을 인정한다는 서약을 받아냈다. 당대 두 강대국을 자기편으로 확실히 만들어 놓은 것이다. 외교권 침탈을 호소한 1907년 헤이그 특사 파견이 실패한 이유다. 국제정치는 약육강식 세계다. 러시아의 편이었던 프랑스와 독일 등도 조선의 일본 침탈에 큰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다. 이미 일본은 외교적으로 강대국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 지지를 선택한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강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를 넘어뜨린 아시아 최강대국의 독보적 반열에 올랐기에 일본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조선은 이미 일본의 것이라는 국제적 승인을 받았기에 1910년 합병 또한 외교적으로 합당한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 불의도 강대국이 저지르면 눈감아 주는 것이 정글세계와 같은 세계정치다.

지금까지 우리는 얄타회담(1945. 2)에서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된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알고 있다. 포츠담 회담(1945. 7-8)에서 이를 재확인하고 분할통치를 결정했다고 역사는 적고 있다고 배웠다. 하지만 조금 더 국제조약 내용들을 꼼꼼히 읽어 보면 우리 분단의 운명은 이미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테헤란 회담(1943)에서 결정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소련의 대 일본전쟁 선포와 태평양 진출을 천명하고, 독일의 분할 통치, 국제연합을 통한 평화구축을 이룬다는 선언이다. 행간을 잘 읽어보면 독일의 분할통치와 같이 일본이 통치하던 지역으로 소련이 진주해 분할 통치한다는 의도가 보인다. 전쟁을 이겨야 한다는 것 때문에 소련을 너무 믿은 루스벨트의 패착도 있지만, 공산주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던 처칠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병약했던 루스벨트는 애써 소련의 의심스런 저의를 무시 했을지도 모른다. 2차대전 후 폴란드 침략의 운명도 그렇게 결정된 것이다. 국제정치는 철저하게 강대국의 논리와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는 시사점을 던져 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 보고 가야 할 것이 있다. 소련의 한반도 점령에 대한 의욕을 읽을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때는 1903년 7월과 10월 사이, 한반도의 운명을 두 나라가 논의하고 있었다. 러일전쟁 직전의 상황에서 양국 간 협상을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일본은 만주에서 세력을 확보하고 있던 러시아에게 만주철도부설권과 뤼순의 조차를 인정하는 대신 일본의 조선 선점을 인정하라는 흥정을 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이 때 39도 이북을 중립지대로 설정할 것을 요구한 8개항 중 하나로 제시했다. 조선의 완전 합병을 꿈꾸고 있던 당시 총리 이토 히로부미는 1904년 2월까지 협상을 지속하다가 결국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러시아의 한반도 점령에 대한 야욕을 읽을 수 있다. 외교세계에선 잊히는 과거가 없다. 잠시 유보하고 모르는 척하고 조용히 명분을 쌓고 있을 뿐이다. 강대국의 역사 메모리에 차곡차곡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필요할 때 툭 꺼내 쓴다. 테헤란 선언에서 나온 소련의 대일본전 참전의 속내는 이미 한반도를 점령하거나 분할통치 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처칠의 영국과 루스벨트의 미국은 이 부분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거나, 의심을 했어도 무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의 미래는 누구 손에 달려 있나?

역사를 복기하다 보면 강대국의 관계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반복됨을 확인할 수 있다. 강대국들은 끊임없이 이합집산 했다는 점이다. 오스만 투르크가 러시아의 남하를 막아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였기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는 크림전쟁 때 오스만 투르크와 함께 했다. 이전까지는 서진이 두려워 오스만 투르크와는 적대관계에 있었다. 나폴레옹이 남유럽 점령, 대륙봉쇄와 러시아 침공으로 이어지자 워털루 전쟁 전에는 영국과 독일(프러시아) 그리고 러시아가 하나가 되어 전투에 임해 승리로 이끌었다. 영국사를 읽어보면 프러시아의 지원이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웰링턴의 부대가 홀로 다시 뭉친 나폴레옹 군대를 이길 수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나폴레옹을 패퇴시킨 러시아가 함께 한 3국동맹이 없었다면 프랑스를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웰링턴은 분석하고 있었다. 자국 영토를 침략해 국토를 유린했던 프랑스에 복수를 꿈꾸고 있었던 독일과 러시아를 영국은 동맹으로 이끌어 내 승리의 발판을 잡았다.

1차대전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다시 힘을 합쳐 싸웠고, 2차대전은 소련이 가세해 독일을 상대했다.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 미국은 동아시아에 소련을 끌어 드렸다. 소련은 1905년 일본을 상대로 패한 뼈아픈 역사를 앙갚음 하려고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가 폴란드처럼 소련이 진주했던 것처럼 한반도를 점령하려고 했으나, 얄타에서 영미의 도움으로 분할통치로 확정된 것이다. 생선가게에서 반 토막 나듯 한반도의 운명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강대국들에게 적은 누구고 우리 편은 누구인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공유하고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나라들이 아군이다. 자기 나라에 불이익을 가져다 줄 나라라고 판단되면 함께 오랫동안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해도 언제든 우리를 등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힘이 없으면 우리의 운명은 강대국의 논리로 결정된다. 우리가 강대국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 문화강국, 경제강국을 넘어 정치와 외교, 군사강국이 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사분오열 되어 있으면 외교적으로 강해 질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갈지자로 외교 관계를 설정하면 결국 우리를 믿어줄 나라는 없다. 외교와 국방, 안보는 여야 간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일관적인 모습과 결의를 보여 주어야 하는 이유다. 정치적으로는 미래 예측이 가능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5년 후, 10년 후 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고, 지금 어떤 신세대 지도자들이 성장하고 있는지, 정치적 타협과 협상 능력은 있는지, 이런 것을 가지고 강대국들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상호 비방하며, 나라를 갈기갈기 찢고 분열시키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은 언제나 저 나라를 점령하려면 어떤 계파와 손잡아야 할 것인가를 계속 그들의 메모리에 저장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미래를 걱정하는 여와 야의 정치인들은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소환한다

쿤은 그의 저서 과학적 혁명의 구조(1962)에서 더 이상 통상적 과학(Normal science)의 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완전한 새로운 틀이 나와야 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양자론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세가 되었듯 기존의 학설을 믿는 사람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하고 새로운 세대가 자연스럽게 새 패러다임에 익숙해지는 시기가 도래한다고 보았다.

지금 우리는 1987년 체제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통령 단임제와 권력 집중, 정치의 끊임없는 충돌, 국회의원들의 갈등해결 능력의 부재, 여전히 강한 중앙 통제적 행정, 국회의원의 지방의회 공천 장악, 남성위주의 권력구조, 대결구도와 동원의 정치, 끊임없는 노사의 갈등. 이런 구도로는 더 이상 우리나라를 통치할 수 없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구체제에서 안주하려는 사람들, 팬덤정치로 대한민국의 미래 세대와 국가의 미래는 아랑곳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 즉 대한민국의 생각의 구조와 틀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명제에 이제 절대 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사회구성주의 이론(Social constructivism)은 우리가 어떻게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 지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안 해킹(Ian Hackning)은 그의 저서 '무엇의 사회구성인가?'(The Social Construction of What?, 1999)에서 3가지의 원리로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첫째, 사회화(Socialization)의 틀 속에서 우리의 생각과 행위, 삶의 원리와 이해의 틀이 재생산 된다고 보았다. 두 번째로 설득의 논리다. 그에 의하면 사회화의 논리에서 터득한 규범과 근거로 설득(Persuasion)을 시도하고, 자신이 설득을 하지 못하면 설득을 당하는 것(Being persuaded)이 인간 사회로 정의한다. 세 번째로 브리콜리지(Bricolage) 단계다.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공동의 목표와 함의를 찾아가는 단계로 사회적 이상과 정신이 현시화 되는 단계다. 쿤과 해킹의 시각으로 보면 총체적 개혁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사회화의 틀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설득하든지 설득 당하는 소통방식을 인정하고, 수많은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내 우리의 새로운 국가 이념과 목표를 이루어 나갈 수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이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앞 화물 노동자 농성 천막을 찾아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8.25 photo@newspim.com

제2의 건국 정신이 필요한 시대, 제자리 찾기 운동

1948년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39년만인 1987년 체제를 거쳐 현재 우리는 새로운 분기점에 와 있다. 건국 80년을 맞는 2028년 전까지 우리는 세계 5위를 목표로 선도적 국가를 만들어 보자.

좌와 우 관계없이 국가의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는 모두 분명히 "노"라고 이야기 하자. 거리에서 시위는 이제 개인의 자유 침해를 가장 중시하는 논리로 거부하자.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옳다. 시위대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국회 앞 천막을 거두고 모든 것을 정치로 수렴하자. 정당은 이제 모든 갈등을 수렴하는 역할을 떠안아야 한다. 가칭 불평불만 접수위원회를 만들어 국회, 도의회, 시의회로 수렴시켜 정치적 토론으로 이끌도록 하자. 이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면 이제 정당들이 더 분발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가 감시해 정보들을 공유하자.

시민사회가 건전하려면 국민이 절제하고 헌신하며 솔선수범해야 한다. 영국에서 1859년 출판된 후 일약 베스트셀러가 된 새무얼 스마일(Samuel Smile)의 책 '셀프 헬프'(Self help)는 영국의 신사정신과 국민정신의 교과서로 사용되었다. 우리도 새로운 정신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애민의 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 보자. 내가 내 자신을 세우고, 서로를 보살피며, 큰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자.

언론기관의 종사자들도 이제는 스스로 정의라고 규정하고 있는 잣대와 논리를 내려놓고 제자리를 찾아 가자. 언론의 본분으로 돌아가 국민의 알 권리와 객관적 사실을 위주로 전하는 사회의 목소리가 되어 주면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스스로 정해 놓은 취재지침보다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위한 양심적 언론인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뉴스핌] BTS(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20일 오전(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SDG Moment(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개회 세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페이스북] 2021.09.21 photo@newspim.com

K-Style을 지향하자

The American Dream의 개념은 세계에서 인재를 끌어 모아 경제부국을 이룬 미국의 표상이며, The British Gentleman의 개념은 세계를 통치하며 민주주의의 뿌리와 방향성을 보여준 영국 엘리트의 상징이며, The Swedish Model 이라는 개념으로 세계 최고의 형평적 복지자본주의와 투명한 민주주의를 이룬 스웨덴의 아이콘으로, 이 세 나라를 정의하는 플래그십 개념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The K-Style을 제안하다. 이 개념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인식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K-Drama, K-Pop, K-Beauty의 K-Culture, 우리나라 대기업이 이룬 K-Economy, 그리고 정치개혁과 부패청산으로 이어질 K-Politics와 세계 선도적 시민정신을 바탕으로 한K-Democracy를 모두 포함하는 상징성을 담는다.

The K-Style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세대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현 10대와 20대가 30세와 40세가 될 때 이들이 주축이 되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면서 완성될 수 있도록, 교육의 시스템 전환부터 시작하자. 영국과 미국, 스웨덴이 도약할 수 있었던 계기는 인재등용 방식과 교육에서 찾았다. 영국의 1860년대와 1880년대 교육개혁을 통해 점진적으로 새로운 피를 공급 했던 것처럼, 그리고 스웨덴이 1840년대부터 1870년대까지 30년 동안 부패와의 전쟁을 완성시킨 사례도 교육제도의 개혁을 통해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 투입해 가능했던 것처럼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점이다. 경쟁하면서 커가는 지도자보다 선택 받을 수 있는 지도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도자 선정 방식을 바꿔보자.

[출처=게티이미지]

미래를 조망하는 세 가지 방법

미래를 조망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과거의 일정한 정향성을 파고드는 것이다. 과거의 트렌드를 보고 내일을 조망하는 것을 우리는 외사법적 투영(Extrapolative projection)이라고 한다. 그리고 개념을 중심으로 현상을 재구성하는 가설은 경험적 자료와 분석적 틀을 바탕으로 이론을 검증(Theoretical verification)하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과거 발전의 트렌드를 모르고, 이론을 몰라도 현장경험을 통해 단련된 촉과 감은 뭐든지 설명할 수 있는 사색적 추측(Contemplative conjecture)을 가져다준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 마지막 세 번째 즉 개인의 경험, 가치관, 그리고 세계관을 가지고 서로가 맞다 틀리다 논쟁한다. 자신은 옳고 상대방을 틀린 정도가 아니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도 모자라 척결과 투쟁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다. 현명하게 역사가 주는 교훈이 뭔지 숙고해 보자. 학계 전문가들은 좋은 사례와 이론으로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 보자.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 여론,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 보고 사색의 폭을 넓혀 보자. 나의 생각을 주장하기 전에 상대방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 책을 통해 스웨덴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학 이론으로,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국의 대전환의 고리를 찾아보고자 했다. 영국, 미국의 정치사와 민주주의 발전사, 32개국의 1차 민주파도타기에 동참했던 모든 국가들의 부침이 왜 있었는지, 그 과정들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국가를 번영으로 이끈 세계 지도자와 한국 대통령에 대한 연구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의 흥망성쇠에 가장 핵심적 요소는 바로 지도들의 선택과 국민들의 동기부여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지도자의 선택은 필연 실패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각 나라들의 국민 수준, 경제발전 수준, 교육 정도, 국제적 환경 속에서 어떤 정치적 통치력과 제도적 선택이 시간이라는 변수 속에서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정책으로 국가들이 선도적 역할을 떠안았는지, 어떤 정책의 선택으로 국민은 분열되고 국가가 좌초했는지 더 연구해 보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치적과 과오를 국가 흥망성쇠의 관점에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비교해 학문적으로 평가할 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지도자 연구의 메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어야 한다. 국가 뿐 아니라 우리 인류가 함께 평화를 구가하면서 고른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스웨덴 패러독스는 스웨덴 모델의 양면적 핵심 개념을 담고 있다.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세계 최고 차별국가에서 최고 평등 국가 중 하나로, 차별적 장애인 정책에서 장애인 친화적 나라로, 사회주의적 요소가 듬뿍 있는 소득 재분배정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나라보다 친기업적인 시장중심 경제체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RTP와 ODA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최고의 인권국가다. 스웨덴 패러독스의 핵심은 하나로 귀결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체적 삶을 중시한다.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한 창의적 모델이다. 인권에 앞선 국가다. 이제 우리나라만의 패러독스를 만들어 낼 때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는 대전환을 함께 시작해 보자.

앞으로 이 땅에 "나의 지도자가 되어 주세요"라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더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 2023년은 새 지도자를 꿈꾸며 새롭게 시작하는 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배출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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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 완성한 韓·日 반도체 동맹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물려받은 일본 재계 네트워크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의 사업 동맹으로 재편하고 있다. 선대부터 이어진 일본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들과의 교류를 직접 챙겨온 이 회장은 최근 삼성전기와 스미토모화학 계열 동우화인켐의 유리기판 합작을 계기로 인적 신뢰를 핵심 소재 공동 개발과 생산 협력으로 확장했다. 과거 일본의 선진 기술을 배우고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시작된 삼성의 대일 협력이 이 회장 체제에서는 AI 반도체 공급망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뉴스핌DB] ◆ 스미토모와 손잡고 반도체 핵심 '글라스 코어' 공동 생산 15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 2일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한국 자회사인 동우화인켐과 합작법인 '글라셈' 설립에 나섰다. 글라셈은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기판의 핵심 소재인 '글라스 코어'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기가 지분 66%, 동우화인켐이 34%를 보유한다. 경기 평택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작을 단순한 계열사 차원의 투자보다 삼성과 일본 재계가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 관계가 첨단산업의 공동 사업으로 이어진 사례로 보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대표적인 일본 소재기업이다. 양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고, 지난 2011년에는 LED용 사파이어 웨이퍼 생산 합작사 SSLM을 설립했다. 이번에는 협력의 무대가 AI 반도체용 첨단 패키징 소재로 옮겨갔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표면이 평탄하고 열에 따른 변형이 적어 고성능 AI 반도체와 대형 패키지에 적합한 차세대 부품으로 꼽힌다.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과 전력 사용량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칩 자체뿐 아니라 이를 연결하고 지지하는 기판과 패키징 소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고다층·고밀도 반도체 패키지기판 설계와 제조 기술을 합작법인에 투입한다. 동우화인켐은 정밀 유리 가공과 공정 자동화 역량을 제공한다. 양사가 각자의 기술을 결합해 글라스 코어를 공동 생산하면 삼성은 AI 반도체 패키징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른 유리기판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AI 인포그래픽=서영욱 기자] ◆ 이재용 회장이 잇는 일본 네트워크…AI 협력으로 확장 삼성과 일본 재계의 협력 중심에는 이건희 선대 회장이 1993년 출범시킨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가 있다. LJF는 삼성과 일본 주요 전자·부품·소재 기업 최고경영진이 정례적으로 만나 기술과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교류 모임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경영자들이 참여하며 삼성의 핵심 해외 네트워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 선대 회장은 요네쿠라 히로마사 전 스미토모화학 회장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양측의 신뢰는 스미토모화학 회장과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을 지낸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으로 이어졌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유학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LJF 정례 교류회를 직접 주재하고 일본을 수시로 방문하며 도쿠라 회장을 비롯한 현지 재계 인사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선대부터 이어진 일본 재계 네트워크를 AI 시대에 맞는 사업 협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기의 유리기판 [사진=삼성전기] ◆ 산요·NEC·도레이·소니…반세기 이어진 기술 동맹삼성과 일본 기업의 협력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왔다. 출발점은 일본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합작이었다. 삼성은 1969년 산요전기와 TV 생산법인 '삼성-산요전기'를 설립하며 전자산업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산요전기 창업자인 이우에 토시오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와세다대 동문으로 인연을 맺은 점도 양사 협력의 계기가 됐다. 이후 삼성과 일본 기업의 협력은 기술 도입을 넘어 핵심 부품을 함께 개발·생산하고 공급망을 구축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삼성은 1970년 일본전기(NEC)와 삼성NEC를 설립해 브라운관과 전자부품 기술을 확보했다. 이 회사는 훗날 삼성SDI로 성장했다. 2000년에는 NEC와 삼성NEC모바일디스플레이를 세워 OLED 사업에 진출했다. 관련 사업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거쳐 현재의 삼성디스플레이로 이어졌다. 협력 범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패키징과 대형 LCD 분야로도 넓어졌다. 삼성은 1995년 도레이와 스템코(STEMCO), 스테코(STECO)를 설립해 관련 공급망을 공동 구축했다. 2004년에는 소니와 대형 LCD 패널 합작사 S-LCD를 세워 대규모 생산 투자에 나섰다. 초기 일본 기술을 배우기 위한 합작으로 시작된 협력이 기술 개발과 생산,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과 일본 기업의 협력은 선진 기술을 배우고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이재용 회장은 일본 재계와 쌓아온 오랜 신뢰 관계를 단순한 교류에 그치지 않고 AI 반도체와 첨단 소재 분야의 실질적인 사업 협력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syu@newspim.com 2026-07-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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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李 정부 출범 후 시민 주거 힘들어져"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설명하는 '일타강사'로 나섰다. 오 시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매매·전세·월세가 모두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요 억제·공급 축소 기조의 정부 정책 기조를 원인으로 꼽으면서 청년, 신혼부부, 중산층 1주택자의 주거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청년정책박람회'에 모두 발언을 했다. 2026.07.10 ryuchan0925@newspim.com 서울시는 15일 오후 '일타시장 오세훈-국무회의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 이재명 정부 부동산 지옥, 원인 분석 보고서'를 서울시장 공식 누리집과 소셜방송 라이브서울 통해 공개했다. 영상은 약 26분 분량이다. 이번 영상은 서울 부동산 시장의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이다. 후속편에서는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전환 방향과 서울시 대책, 정부에 건의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매매·전세·월세 트리플 강세" 오 시장은 "정부가 틀렸고 서울시가 옳다는 뜻이 아니라, 통계와 데이터를 시민과 공유하고 해법을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모든 주택 거래와 공신력 있는 통계를 분석하고 토지거래허가대장 4만4000건을 대조하는 한편 공인중개사 약 660명의 의견을 들었다"며 "현장에서 확인한 결론은 시민들의 주거 상황이 매우 힘들어졌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3.1%, 전세가격이 6.3%, 월세가 7.4% 올랐다며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상승하는 이례적인 '트리플 강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격은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월세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또 오 시장은 지난 1년간 정부가 여섯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주택담보대출 제한, 규제지역 확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수요 억제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와 현 정부의 대책을 비교하며 "대출 규제와 임대주택 공급 발표,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세·보유세 강화로 이어지는 흐름이 닮았다"고 말했다. 공급 대책도 서울 주택 공급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민간 재개발·재건축보다 공공사업에 치중돼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발표한 서울 공급 물량 약 3만2000가구 중 2만8000가구는 과거 발표 후 장기간 진척되지 않은 사업으로, 실질적인 신규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이후 매수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대책 이후 서울 전체 거래의 78.1%가 15억 원 이하 아파트에 집중됐고 영등포, 강서, 관악, 동작, 성북, 성동 등 비강남권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전월세 시장의 혼란도 지적했다. 그는 "서울 전역의 실거주 의무 강화로 갭투자뿐 아니라 기존 세입자가 살던 전셋집까지 사라졌다"며 "전체 전세계약의 55.4%가 갱신계약일 정도로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는 '전세 감옥'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에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월세가 늘었지만 지금은 금리변화가 크지 않은데도 월세가 급증했다"면서 "자연스러운 구조 변화라기보다 정책이 미친 결과"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 연립·다세대주택의 월세 부담이 크게 늘어 청년과 1인 가구 등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시민에게 먼저 청구서가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주비 대출 제한·입주물량 감소로 공급 부족 현실화" 공급 측면에서는 이주비 대출 제한으로 올해 이주 예정인 정비사업구역 35곳 중 14곳의 자금 조달이 불확실하다는 시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공사가 보증을 거부한 사업장은 5곳, 협의 중인 사업장은 9곳이며 보증을 확보하더라도 연 4~7%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2만7000가구 중 정비사업 물량은 1만7000가구로 약 60%지만, 내년에는 8000가구로 절반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오 시장은 "이자는 결국 조합원 분담금과 분양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수요는 여섯 번의 대책으로 누르고 공급은 규제로 막은 데다 향후 3년간 공급 부족 우려가 심각하다"고 했다.  또 정부가 전세 물량 감소 원인으로 다주택자의 주택 매각과 기존 세입자의 자가 전환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서울시 분석 결과와 다르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주소를 대조한 결과 기존 세입자가 거주 주택을 직접 매입한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53.5%인 만큼 집값의 절반가량을 추가로 마련해야 해 자가 전환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세를 원하는 수요는 78.3%, 매물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약 70%였다. 오 시장은 "전세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시민은 여전히 많은데 매물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진단은 결과를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정부 부동산 정책, 청년·신혼부부·중산층에 큰 부담" 오 시장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부담이 투기세력이 아닌 청년과 신혼부부, 4050세대, 등록임대사업자, 중산층 1주택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동 대학가의 한 원룸은 지난해 6월 보증금 1000만원·월세 40만원에서 올해 5월 월세 80만원으로 두 배 올랐다. 또 서울의 500가구 이상 아파트 850개 단지 중 47.9%인 404개 단지의 전세 매물은 2건 이하였다. 세금 부담도 중산층 1주택자까지 확대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2009년 서울 공동주택의 2.99%에서 올해 14.9%로 예상된다. 서울의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는 지난해 12만 명에서 올해 16만 명으로, 한강벨트 1주택자는 3만3000명에서 5만70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오 시장은 "투기를 잡겠다던 세금이 중산층 1주택자에게 꽂히고 있다"며 "부자의 세금이 아니라 12월에 날아오는 중산층의 세금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지난 1년간 일곱 차례에 걸쳐 18건을 정부에 건의했다"며 "정부와 대립하자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에는 여야가 없고 시민의 삶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서울시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 시장은 "정책 방향 전환과 서울시 대책, 정부에 건의한 구체적인 해법은 다음 시간에 풀어드리겠다"며 "부동산 지옥은 끝낼 수 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blue99@newspim.com 2026-07-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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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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