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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경 의원이 쏘아올린 '성남 FC' 사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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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체육계 밥을 오래 먹다 보니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에도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눈이 즐겁다. 체육인 최초의 지역구 2선 의원인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중문화 스타였던 유인촌 장관이 온화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특유의 카리스마로 문체부를 이끌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 정도 자락을 깔았으니, 약간의 유감을 표명해도 큰 실례는 아닐 것이라 믿고 한 마디 해본다. 지난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는 이 세 분이 동시에 등장했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26일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핌 뉴스핌TV 유튜브] 2024.08.30 zangpabo@newspim.com

◆국회 문체위에 뜬금없이 등장한 성남 FC 사건

먼저 임 의원은 최근 '안세영 사태'를 염두에 둔 듯 "언론 인터뷰를 보니 장관님께서 체육회와 연맹, 협회 등은 선수의 뒷바라지를 하는 조직인데 주인 행세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렇다면 정부와 문체부는 주인 행세를 해도 된다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이에 유 장관은 "정부와 문체부도 주인 행세를 하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임 의원의 날카로운 지적과 유 장관의 답변이었다. 이런 걸 하는 게 국회의 존재 이유가 아니겠나.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임 의원은 장 차관에게 "개인 스폰서 받아본 적 있나"라고 물은 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광고, 홍보, 스폰서 많이 받으면 좋지 않나"라면서 "저는 그런 리더가 능력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 장관에게 "3년 전 성남 FC 기억하시나. 광고, 홍보, 스폰서 받은 걸로 인해서 지금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라며 릴레이 속사포 질문을 이어갔다.

뜬금없이 등장한 성남 FC 사건 질의에 유 장관은 처음엔 "이기흥 회장을 말하는 것이냐"고 묻다가 "대가가 없어야 할 것"이라는 답변밖에 하지 못했다. 장 차관은 "선수는 대가를 바라고 (후원을) 받는 게 아니니 비유가 적절하지는 않다"고 대답했지만 옳은 답은 아니었다.

그러자 임 의원은 "(성남 FC의) 스폰서가 문제가 있다면 선수도 받아선 안 된다"며 "현 정부와 검찰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은 질의가 모두 끝난 뒤 추후 답변에서 "후원은 많이 받는 게 좋다. 후원 많이 하고 사업을 따가는 것은 후원의 의미가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유인촌 장관. [사진= 문체부] 2024.07.22 fineview@newspim.com

◆대가가 있는 후원이 정의(正義)

고구마 3개를 동시에 삼킨 것 마냥 속이 꽉 막혀온다. 유 장관은 역대 문체부 장관 가운데 가장 많이 스포츠산업을 강조해, 기자도 큰 기대를 했던 리더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수나 팀은 자신의 상품성을 팔고 후원이란 대가를 받는다. 기업이나 개인은 후원을 하는 대신 그 효과를 대가로 받게 된다. 대가성이 없다면 후원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 게 맞다. 그게 공정이자 시장원리다. 만약 대가가 없는 후원이 있다면 오히려 부정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두 가지 예외를 생각해볼 수 있긴 하다. 첫 째는 임 의원의 주장처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워낙에 능력자라서 전임 김종량 이대엽 시장이나 후임 은수미 시장이 엄두도 못 낼 성남 FC의 거액 후원을 유치했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능력자에 대한 기대'라는 대가성이 분명 존재한다. 그게 순수한 기대만 있었다면 전혀 문제 될 일은 아니다.

두 번째는 기업은 결코 그럴 일이 없겠지만, 개인이 아무런 대가 없이 후원을 하는 경우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후원을 한 개인은 최소한 마음의 평화라도 얻었다면 대가를 받은 셈이 된다.

임 의원의 앞선 주장들이야 정치적 발언이니 넘어간다고 쳐도 "성남 FC 스폰서가 문제가 있다면 선수도 받아선 안 된다"는 말은 귀를 의심케 한다. 하나의 사례를 갖고 전체를 규정지어서야 되겠는가. 임 의원은 또 이재명 대표가 아직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지만, 이 사건은 지난해 3월 위례‧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과 병합돼 현재 재판 중이다. 특정인이 옳고 그름을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갑자기 폭증한 성남 FC 후원금의 비밀은?

기왕에 임 의원이 성남 FC 사건을 소환했으니, 이념과 정파를 떠나 팩트만 설명해본다. 사실 기자에겐 너무나 낯익은 단어들이 나오는 친숙한 사건인데 이를 기소한 검찰도, 언론도, 정관계도, 패널도 제대로 설명하는 이들이 없어 답답하던 차였다.

성남 FC 사건은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분당경찰서는 2021년 9월에야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곧바로 고발인이 이의 신청을 했고, 2022년 1월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윗선으로부터 수사 방해를 받았다며 사표를 제출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박은정 지청장(현 조국혁신당 의원)은 2월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청했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돼 지난해 2월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3월 불구속 기소한 사건이다.

이미 두산건설 전 대표와 성남시 전 공무원이 2022년 10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지만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 대표의 경우는 위례‧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과 병합돼 있어 최종 결론이 나오려면 최소한 이번 정권에선 어려워 보인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 FC 뇌물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8.20 leemario@newspim.com

성남 FC 사건의 본질은 앞에서 설명한 시장원리만큼 지극히 간단하다. 여야의 정치적 주장과 무분별한 여론이 쏟아지고, 검찰의 명확한 법리해석이 뒷받침을 못하면서 초점이 흐려졌을 뿐이다.

성남 축구단은 이 대표의 시장 재임 시절인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유난히 많은 후원을 받았다. 연간 몇 억 단위였던 후원이 2014년 23억, 2015년 81억, 2016년 63억, 2017년 41억, 2018년 18억 원 이상 걷혔다. 후원 기업 수도 최대 18개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이 대표가 퇴임하자마자 원상태로 돌아갔다.

성남 축구단의 상품성이 그때 마침 폭등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2014년 성남 일화를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성남 FC는 그해 FA컵에서 우승했지만 리그 9위에 머문 만년 하위권 팀이었다. 2016년에는 11위로 떨어지며 2부 리그로 강등됐고, 2018년 말에야 다시 승격했다. 성남이 예전의 명문팀 일화였다 해도 한 해 80억 원의 기업 후원을 받는 것은 꿈도 못 꾸는 게 프로축구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임 의원이 주장한 '순수한 능력자' 부분인데 이건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니 미뤄두자. 이 대표 변호인단이 가장 신경 써서 변론을 준비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후원 기업들을 살펴보면 두산건설이 56억, NH농협은행이 55억, 네이버(희망살림)가 39억, 분당차병원이 33억 원에 이른다. 이들 빅4를 포함해 8개 기업이 성남시와 긴밀히 협조해야 할 현안이 있었다고 검찰은 기소장에 적시했다. 특히 네이버 같은 경우는 사단법인 희망살림에 39억 원을 주고, 희망살림이 이 돈을 성남 FC에 다시 후원하는 형식을 취했다. 성남 선수의 유니폼엔 네이버가 아닌 희망살림 문구가 새겨졌다. 시장의 최고 가치인 영리를 추구해온 세계적인 기업이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으니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 시장이 이재명 구단주에게 제3자 뇌물을 공여?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죄로 기소한 것도 참 특이하다. 이 논리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재명 성남 FC 구단주에게 제3자 뇌물을 공여한 것이 된다. 어떤 평론가는 성남 FC에 대표이사가 있으니, 당연직인 구단주는 이름만 올린 것 아니냐고 했다. 그렇지 않다. 이재명 시장이 구단주로서 늘 보고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는 관계없이 구단주는 최종 책임자다. 굳이 주식회사가 아니라도 모든 단체가 그렇다. 오히려 아무 직함이 없는 정진상 씨가 사실상 구단주 역할을 했다면 그 유명한 비선실세가 되는 셈이다.

성남 FC는 성남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만 산하단체가 아니라 순도 100퍼센트의 주식회사다. 성남시는 일반 회사의 모기업과는 달리 시정을 빌미로 1원의 후원금이라도 걷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성남 FC가 성남시와 관계를 통해 후원금을 받은 것은 괜찮지 않느냐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많다. 후원금을 많이 받아 시의 재정 지출을 줄였으니 잘 한 게 아니냐고까지 한다. 박근혜 정부 때 K스포츠재단은 안 되지만 성남 FC는 가능하다고 말한 이도 있다.

공격을 하는 측도 대가성 여부만 집중했지 성남 FC 운영자금이 성남시 재정으로 충당되든 성남시가 끌어온 후원금으로 채워지든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정진상 씨가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시절 '성남 FC는 영리 목적 법인이라 기부채납을 못 받는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걸 보면 이 문제를 더 잘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사진=뉴스핌DB]

◆온갖 주장과 억측으로 초점이 흐려진 성남 FC 사건의 본질

임 의원은 지난해 "성남 FC 수사는 프로 스포츠 탄압이다. 한국 체육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구단이 광고나 후원금을 유치하지 못하면 그만큼 세금이 더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태호, 홍준표 도지사 시절 경남 FC는 되고, 이재명 대표는 안 되냐"고 했다.

국민일보 문화체육부장을 지내 기자와 친분이 있는 한민수 민주당 의원도 같은 시기에 "초부자 감세까지 하면서 기업을 살리겠다는 정부가 맞나 의심된다. 공익인가 사익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광고비로 다 지급했는데 사익을 얻은 게 있나. 이런 식이면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시민구단에 지원한) 광고비 수사를 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맞는 말이지만 동의하기는 어렵다. 세금 절약이나 공익, 사익에 앞서 불법이 있었는지 따지는 게 이번 사건에서 고려해야 할 유일한 변수다. 축구단은 광고하는 데가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곳이다. 프로 스포츠는 이 사건으로 타격을 받지 않는다.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적응한다. 이들의 공통된 결론은 상대 진영에 대한 전수조사인데 그건 격렬하게 찬성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는 나오지 않았던 말인데 만시지탄이다.

이들보다는 검사 출신인 조응천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민주당 시절에 한 말이 지능적이다. 버릴 건 버리고, 얻을 건 얻는 방식이다. 조 의원은 "현금 기부채납 제도는 2016년 생겼는데 그 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불법이다"라고 했다. 성남 FC가 직접 받은 현금인데 마치 성남시가 기부채납을 받아서 준 것처럼 예쁘게 물 타기를 했다.

zangpab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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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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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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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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