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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화랑 휴폐업, 폰지사기까지 더해져 뒤숭숭한 미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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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유력화랑 원앤제이,사업성 악화로 휴업
한국 진출했던 미국,독일계 화랑도 문 닫아
잘 나가던 아트페어도 최근 매출감소로 고전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국내 미술시장이 뒤숭숭하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휴업하거나 폐업하는 화랑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 현대미술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려온 중견 화랑이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는가 하면 서울에 진출했던 미국및 독일계 화랑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철수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중에서도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서울 청담동의 화랑 원앤제이갤러리의 휴업 소식은 뼈아프다. 원앤제이갤러리는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한국 현대미술가들을 발굴해 이들의 작업을 국내외에 소개해온 화랑이다. 전도유망하거나 의미있는 작업을 하는 작가의 개인전, 또는 그룹전을 개최하며 20년간 우리 미술계에서 젊거나 유망한 작가들과 함께 해왔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올해 20주년을 맞은 서울 청담동의 중견 화랑 원앤제이가 사업성 악화로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 독창적 작업을 하는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해온 화랑의 좌초여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 =원앤제이 갤러리 웹사이트] 2025.06.16 art29@newspim.com

원앤제이 갤러리는 그간 강홍구, 권경환, 김윤호, 서동욱 등 소속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해왔다. 한편으론 잠재력있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2016년부터는 '원앤제이 플러스원'(ONE AND J.+1)을 운영하하기도 했다. 또 아트 바젤(Art Basel), 프리즈(Frieze), 더 아모리 쇼(the Armory Show) 등 해외 주요 아트페어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한국 아티스트들의 국제시장 진출을 도모했다. 2018년에는 세계 톱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바젤'의 작가 '스테이트먼트' 섹터에 참여해 '발루아즈 상'(The Baloise Art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험적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주로 취급하다 보니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편이었다. 결국 장기불황과 수지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기획전 '두번째 피부'(3월 20일~4월 30일)를 끝으로 휴업에 돌입했다. 박원재 원앤제이갤러리 대표는 "시장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갤러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며 당분간 쉬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한국의 원앤제이 갤러리가 지난 2023년 런던 프리즈 No.9 코크 스트리트에서 개최한 한국작가 3인전 전경. 원앤제이는 아트바젤 바젤, 아트바젤 홍콩, 프리즈 런던에 참여하며 한국현대미술을 소개해왔으나 사업성 악화로 지난 5월 잠정 휴업했다. 2025.06.16 art29@newspim.com

익명을 요구한 한 갤러리스트는 "미술시장 불황이 3,4년째 이어지며 메이저 갤러리를 제외한 대다수 화랑들이 경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 중인 갤러리도 적지 않다. 근근히 버티기는 하나 한계상황에 다다른 화랑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현대미술 시장의 확장세에 매료돼 서울에 지점을 냈던 외국계 갤러리도 잇따라 폐점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기반의 세계적인 화랑 쾨닉은 지난 1월 25일 막을 내린 일본 작가 아야코 록카쿠 개인전을 끝으로 쾨닉 서울의 문을 닫았다. 쾨닉은 2021년 서울 청담동 로데오거리의 패션브랜드 MCM 플래그십스토어 5층에 서울점을 열고 대대적인 개관전을 개최했다. 그리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독일과 유럽의 현대미술 작가들의 기획전을 연달아 선보여 우리 미술계에 적지않은 반향을 일으켜왔다.

이처럼 신선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이며 한국의 작가들과 비평가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던 쾨닉 서울은 지난해 임대조건이 좋았던 MCM에서 아쉽게도 밀려나며 다소 위축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태원 경리단길로 화랑을 옮겨 몇차례 전시를 열었으나 한국 미술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잠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서울 진출 4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의미있는 행보를 보였던 화랑의 철수여서 우리 미술계로선 적지않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지난 2021년 서울 청담동 MCM플래그십 스토어 5층에 개관해 신선하고 독특한 기획전시를 잇따라 선보여왔던 독일 화랑 쾨닉 서울. 한국 미술시장이 계속적인 침체에 빠짐에 따라 지난해 이태원으로 이전했다가, 최근 전략적으로 잠정 철수를 결정했다. [사진=쾨닉 서울] 2025.06.17 art29@newspim.com

지난 2019년 서울 한남동에 서울점을 내며 한국 미술시장에 진출했던 미국계 화랑 VSF갤러리도 최근 문을 닫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본점을 둔 이 갤러리는 미국 작가 전시회를 열며 한국 마켓을 공략했으나 매출 부진으로 폐점을 결정했다.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뺀 VSF갤러리는 북미지역 화랑 운영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독일 베를린 기반의 페레스 프로젝트도 서울점도 6월초 폐점했다. 변호사 출신의 아트 컬렉터인 하비에르 페레스가 2005년 베를린에서 문을 연 페레스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서울에 지점을 개설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이같은 무리한 확장전략이 독이 된 데다, 매출부진이 겹쳐 지난 2월 독일 본사가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후 서울점도 '곧 문을 닫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파다했고 결국 문을 닫았다. 서울지점은 판매실적이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베를린 본사가 파산 선고를 받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말았다.

페레스 프로젝트는 부산 최대의 글로벌 아트페어인 아트부산에 참가하며 한국 미술애호가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은 것에 고무돼 한국에 진출했다. 독일서 공수해온 유럽 미술가들의 작품이 아트부산에서 솔드아웃된 것은 물론, 페어가 끝난 뒤에도 SNS 등을 통해 한국 컬렉터들의 문의와 주문이 이어지자 지난 2022년 서울 신라호텔에 지점을 낸 것이다. 그리곤 2023년에는 종로구 사간동으로 서울점을 확장 이전하고 한국 아트마켓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독일 베를린 본사의 파산으로 예정되었던 개인전을 끝으로 6월초 문을 닫은 서울 삼청동의 페레스 프로젝트 전경. [사진=페레스 프로젝트] 2025.06.16 art29@newspim.com

페레스 프로젝트 서울은 지난 4월 서울 대치동 세텍에서 열린 아트페어 'Art OnO'와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열린 '아트 듀바이'(4월16~4월20일)에도 참가했으나, 본사 지원이 끊기면서 5월말 막을 내린 '헤르만 니치 개인전'이 결국 마지막 전시가 됐다. 독일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페레스 프로젝트가 영업을 재개하려면 파산관리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밖에도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갤러리들의 휴업 및 철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2022년 프리즈서울 론칭으로 국내 미술시장 경기가 잠깐 반짝하는 듯했으나 이후 불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사가 흔들릴 경우 해외 지점은 더욱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독일 베를린 기반의 화랑으로 서울 사간동에서 활발하게 전시를 이어가던 페레스 프로젝트 서울. 그러나 독일 본사가 파산하면서 서울점도 최근 문을 닫았다. 2025.06.16 art29@newspim.com

외국계 화랑들도 메이저 갤러리 등을 제외하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미술시장 불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아트바젤이 UBS와 함께 발간한 미술시장 애뉴얼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미술시장 거래액은 약 84조5000억원으로, 2023년에 비해 12%나 줄어들었다. 올해 또한 전망이 밝지 않다. 미국 트럼프 정권의 무리한 관세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고, 미국 시총 또한 1경6000조원이 증발하는 등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의 미술관련 사업들도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경매시장은 5년 넘게 이어지는 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고미술품 경매가 다소 활기를 띄고, 온라인 경매의 대중화 등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반짝했던 조각투자도 시름을 앓고 있다. 올들어 진행된 미술품 조각투자 청약은 모두 청약 미달사태를 겪었다. 열매컴퍼니가 내세운 쿠사마 야요이의 7억4000만원짜리 작품 '호박'에 대한 청약률이 50%에 못 미친 게 단적인 예다. 미술관련 스타트업들도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미술을 접목한 사업을 벌이는 A스타트업은 최근 임금체불 관련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사수신 행위로 고발된 지웅아트갤러리, 갤러리K에 이어, 강남 논현동의 서정아트까지 유사수신 혐의로 피소돼 미술시장을 더욱 술렁이게 하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서울 논현동의 서정아트 서울 전경. 국내외 작가의 전시를 활발히 펼치는 한편으로, 아트 재테크라는 명목으로 유사 수신행위를 펼쳐 투자자들로부터 피소되는 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025.06.16 art29@newspim.com

지난 2015년 문을 연 서정아트는 서울 논현동과 부산 해운대에 전시공간을 두고 국내외 현대미술가들의 전시를 열어왔다.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서 개최되는 글로벌 아트페어에 참가했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작가들의 전시를 유치하기도 했다. 유르겐 스탁 전시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이같은 표면적인 갤러리 운영과는 별개로, 커텐 뒤에서 유사 수신행위를 이어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정아트는 '아트테크'라는 이름으로 투자고객을 확보해 부대사업을 펼쳐온 것으로 파악됐다. 고객이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구입하면 이를 기업이나 병의원 등에 렌트하거나 PPL에 활용해 수익을 낸 뒤, 저작권료를 매달 지급하는 방식의 상품이었다. 보험설계사 등을 기용해 아트테크 고객을 확보했던 서정아트는 미술품 공동구매사업도 전개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구매의 경우 '원금이 보장되고, 월 1%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고객을 끌어모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투자고객에게 약속한 저작권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아 피소된 상태다.  

한편 미국 미술계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국공립 미술관에 지원되던 예산이 뚝 끊기면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에 미술관 폐관과 인력감축이 줄을 잇는 중이다. 새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행보에 미술관 관장이 사표를 던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영화 '스타워즈'로 그 자신 브랜드가 된 미국의 슈퍼리치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81)는 LA 도심에 자신의 이름을 딴 '조지 루카스 뮤지엄'을 짓고 있다. 그런데 이 뮤지엄은 여러 사정으로 개관이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 원래 목표는 2021년 봄 개관이었으나 두차례 연기돼 올봄 문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LA를 휩쓴 대형 산불로 또다시 늦춰져 2026년에나 개관할 전망이다. 게다가 이 뮤지엄은 개관도 하기 전에 직원 중 14명을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래저래 요즘 세계 미술계는 긍정적인 소식 보다는 어둡고 우울한 소식이 이어지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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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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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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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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