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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 공기업] ④ 자원빈국의 해외자원투자, 부채 or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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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임기간 길어…장기적 관점 투자·평가해야"

공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공기관에는 '신의 직장'이라는 평가와 함께 부채가 500조원에 달하는 '부실덩어리'라는 인식이 혼재돼 있다. 정권 초기마다 반복되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 이로 인해 이어지는 방만경영과 비리 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란 제도가 있지만 공공기관장 자리가 대선의 전리품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개혁은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이다. 문제는 공기업이 정부의 국책사업을 수행하며 늘어난 빚은 단지 공기업의 문제가 아닌 정부,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핌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새롭게 제기된 공기업의 부채구조와 실태를 진단하고 대한민국 공공기관이 나아가야 할 개혁방향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註]

[뉴스핌=홍승훈 기자] 1976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을 통해 포항 영일만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 불과 2년여 전 1차 오일쇼크로 에너지빈국의 고통을 겪었던 국민들로선 산유국의 꿈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영일만에서 추출된 석유를 마시며 눈물을 흘렸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이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개발이 중단됐다.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년 정부는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에서 기름이 추출됐다고 밝혔다. 이 또한 79년 2차 오일쇼크를 겪은 지 얼마되지 않은 때인 만큼 국민 감동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역시 결과물은 없었다. 초기에 좀 나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이 멈췄다.

이들 사건을 두고 세간에선 정부가 자원개발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렇듯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자원빈국 한국으로선 해외 자원개발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것만은 사실이다. 권력을 잡은 정권이 이 같은 현실과 국민심리를 최대한 이용했다는 분석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어찌됐든 80년대 초부터 본격화되던 해외 자원개발의 꿈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잠시 접게 됐다.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석유 등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던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해외 알짜 유전과 가스전을 싼값에 팔아야 했다.

이후 세월이 흘렀고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정부 주도하의 해외 자원개발 붐이 다시 일기 시작했다.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공기업들은 정부 주도하에 국책사업을 이끌며 리스크 높은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섰다. 성과도 있었지만 부채도 커졌다. 올해 국정감사에선 MB 정부 시절 이뤄졌던 해외 자원개발의 부실 사례로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등이 난타 당했다.

◆ 가스공사 부채비율, LH 이어 공기업 넘버2…왜?

도대체 지난 5년간 에너지 등 자원개발로 인해 생겨난 빚은 얼마나 될까?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말 부채규모는 32조2528억원이다. 불과 6~7년 전만 하더라도 8조원 안팎이던 가스공사 부채는 2008년 한 해에만 100% 이상 증가하며 17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30조원을 넘었다. 부채비율도 385.4%로 LH공사(466%)에 이어 공기업 중 2번째로 높다.

가스공사가 지난해 지불한 이자비용만 1조원에 육박한다. 갚아야 할 부채(사채 및 장기차입금 상환액)도 지난해 1조4685억원에 이어 2013년 2조2795억원, 2014년 2조2734억원 등 3년간 6조원을 넘어선다.

가스공사 부채증가에는 과도한 해외투자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가스공사 부채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국내외 설비투자와 원료비 단가상승에 따른 운전자금. 이 중 설비투자는 국내와 해외로 나뉘는데 해외투자부문이 2010년부터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2000억원 안팎에 머물던 해외투자가 2010년 5000억원을 넘어서더니 2011년 2조원선도 뚫고 올라갔다. 2년새 10배 가까운 상승률이다.

반면 투자수익률은 반대로 하락했다. 35%에 달하는 해외지분 투자수익률은 2005년을 꼭지로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특히 2008년 이후 해외지분 투자수익률은 10%를 하회하며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석유공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MB정부 시절 해외자원외교라는 이름하에 19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석유공사에만 12조원이 투자됐다.

2008년 3월 미국 Ankor사의 자산매입에 1조원을 쏟아부은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4년여 동안 12조원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입됐다. 6개월마다 1조원 이상 거액을 밀어넣은 셈이다.

하지만 최근 국감에서 지적당했듯 캐나다 하베스트(3조7000억원에 인수)의 경우만 하더라도 현재 손실액만 8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박진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장은 "해외자원 개발 주역으로 나섰던 가스, 석유, 광물자원공사는 모두 재무구조상 '위험 및 요주의'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이들은 유동성이 부족해 단기금융부채상환능력이 50% 미만이며 특히 석유공사와 광물공사는 단기외화차입금에 대한 자금력이 낮아 외환 유동성에 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 "자원개발은 반도체와 유사...장기관점 접근해야"

다만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부채는 여타 공기업 부채와는 달리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성과물을 거두기까지의 '회임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이다. 일년 단위로 잘라 나오는 숫자로 공과(功過)를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자원개발, 에너지산업 특성을 언급할 때 곧잘 비교되는 것이 반도체산업이다. 초기 투자가 대규모인데다 회임기간이 길다는 점, 시장변화에 따른 가격변동폭이 크다는 점 등에서다. 이를 두고 삼성과 LG의 벌어진 격차를 설명하는 이도 있다. 에너지공기업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삼성이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덕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초기 막대한 투자자금, 현격히 떨어지는 기술력으로 인해 그룹내 모든 임직원이 반대할 때 창업주인 이병철 당시 회장이 끝까지 밀어부쳐 반도체 투자를 지속했고 지금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당시 계속 적자가 나는 삼성반도체를 삼성전자로 통합시키면서까지 반도체를 끌고 갔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반면 LG는 어떤가. 적자를 이어가는 반도체(옛 금성일렉트론)부문을 계속 분리 경영했고 결국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로 넘어갔다. 전자회사에 반도체가 없는, 소위 '앙꼬 없는 찐빵'이 됐다. 지금의 삼성과 LG 격차는 반도체가 갈랐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자원개발, 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 역시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장기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스·석유·광물자원공사 등의 막대한 빚이나 부채비율은 위험을 감안한 투자였기에 불가피한 현상이었으며, 이는 10~20년 장기 관점에서 진단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해외 자원개발은 시황변동이 커 자산가치 등락이 상당히 심하다. 한 마디로 모험산업이다. 매년 경영평가를 받는 민간기업들로선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에너지분야 국장은 "자원빈국인 우리로선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공기업이 앞에서 끌어가는 현실"이라며 "일정 기간을 잘라 자산가치를 평가하면 손실일 수 있지만 이러다 오일쇼크라도 오면 그 가치는 바로 치솟는다. 캐나다 하베스트 역시 현재로선 '적절했다, 부적절했다'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출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수반돼야 하니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부채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것.

다른 산업부 국장은 "가스공사가 과거 가스도입만 하다 가스전 투자, 나아가 가스터미널사업으로 영역을 키워가는 것은 밸류체인 확보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며 "석유공사도 과거 광구만 개발하다 이제는 시추관리, 시추 기술회사 인수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향은 틀리지 않다. 오히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면 현재의 공기업 규모를 더 키워야 하는 게 맞다. 또 부채만큼 자산이 커졌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공기업 불분명한 회계처리 지적...자산매각시 신중 당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경영효율 측면에선 이들 공기업의 개선책도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올해 국감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하진 의원(새누리당)은 가스공사의 재무회계 처리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정부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원가 이하로 공급한 도시가스 손실분에 대해 미수금, 즉 미실현수익으로 회계처리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전 의원은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가스공사 회계방식으로는 미실현수익으로 인정되고 있는데 나중에 국민들에게 다시 받기 어려운 것을 어떻게 미실현수익으로 처리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며 "그러면서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자 주주들에게는 10%씩 주식배당금을 줬다. 그러니 당연히 부채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민간기업이었다면 대손상각을 해 회계상 적자로 잡히는 것을 가스공사는 흑자로 둔갑시켜 주주 배당금, 임직원 성과급 등의 방만경영을 일삼았다는 것이 전 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성과도 있었지만 급하게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정책탓에 부실자산이 끼어들고, 정치권 등과 연계된 비리 사건이 불거진 것도 에너지공기업의 신뢰를 추락시킨 한 요인이다.

2011년을 뜨겁게 달궜던 CNK 주가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CNK가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대규모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외교부의 부풀려진 보도자료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감사원 감사 등이 이어지며 일파만파 확산됐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등 당시 실세가 연루되면서 MB 정부의 대표적인 스캔들로 비화되기도 했다.

일단 지난 정부의 무리한 자원개발정책이 국민 지탄속에 일단 숨고르기 상태에 들어갔다. 가스·석유공사 등 관련 공기업들도 관련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며 속도조절을 통해 우선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산업부 역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에너지공기업의 해원자원개발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비판을 하는 이들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매각시 신중을 거듭 당부한다.

전순옥 의원(민주당)은 "최근 정부가 공기업 부채비율 감소를 통한 재무개선을 위해 재무적투자자 유치와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이는 국민혈세로 모든 위험을 없앤 자산을 일부 대기업 등에 통째로 갖다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에너지사업은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고려해 모든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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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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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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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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