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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스家 대리인'이라며 뉴욕예술계 뒤흔든 40세 사기꾼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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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펀드매니저 소르스의 아들(현대미술가)의 개인비서이자, 할리우드 거물제작자의 미망인 보좌관으로 일하며 거액 빼돌려 미술관과 오페라 등에 기부
-사기 발각되자 40세 나이로 뉴욕 아파트에서 숨져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요즘 미국 뉴욕 예술계가 슈퍼리치로 가장한 사기꾼 자선가 때문에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

세계 최고의 예술 발신기지인 뉴욕을 발칵 뒤집어놓은 가짜 자선가의 이름은 매튜 피에트라(Matthew Pietras)다. 올해 40세인 매튜 피에트라는 스스로를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95)의 아들을 위해 일하는 전문가'로 소개했다. 피에트라는 또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기업 타임워너의 CEO이자 영화제작자인 스티브 로스(1927~1992)의 억만장자 미망인 코트니 로스의 보좌관으로도 일한다'며 코트니 로스의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소지하고 다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훔친 돈으로 예술단체에 기부금을 쾌척하며 상류층 인사로 살아온 매튜 피에트라. 최근 뉴욕 아파트에서 40세의 나이로 자살했다. Photo: Jared Siskin. Courtesy of Patrick McMulla. 2025.08.01 art29@newspim.com

뿐만 아니라 2024년에는 '카타르 왕실을 위해서도 일하게 됐다'며 왕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도 강조했다. 카타르 왕실과 미국 뉴욕사회를 잇는 주역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것. 이처럼 피에트라는 엄청난 후광을 자랑하며 미국 예술계를 누볐고, 지난 10여 년간 수백만달러를 뉴욕의 유명 뮤지엄과 오페라단, 발레단 등에 기부했다.

미국 뉴욕의 대표적 미술관인 프릭컬렉션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그리고 브로드웨이 공연계에 막대한 자금을 후원하거나 직접 투자하며 가는 곳마다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그는 슈퍼리치들과 셀럽만이 참가할 수 있는 메트(MET)의 갈라쇼, 프릭의 개막일 갈라 리셉션에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차림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 모든 행각은 결국 사기였음이 밝혀졌고, 스스로 뉴욕의 아파트에서 목숨을 끊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억만장자의 개인비서로 일하며 거금을 빼내 뉴욕 유명 미술관과 오페라, 발레단 등에 기부하며 상류층 인사로 살아온 매튜 피에트라. 사기가 발각되자 뉴욕 고급 아파트에서 자살했다. Photo: Jared Siskin. Courtesy of Patrick McMulla 2025.08.01 art29@newspim.com

피에트라를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실제 보다 수백, 수천배 이상 더 대단한 인물로 포장돼 있었고, 뉴욕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각인돼 있었다.

타임워너 CEO 스티브 로스의 미망인인 코트니 로스는 피에트라의 사기행각이 발각되기 전까지 그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고, 보좌역을 맡겼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가족 또한 사기꾼의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채 신뢰했고, 카타르 왕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매튜 크리스토퍼 피에트라는 미국의 주요 사립미술관 중 하나인 프릭컬렉션에 거금을 기부한 덕에 최근 재개장한 뉴욕 프릭컬렉션 입구의 벽에 이름이 새겨지기도 했다. 또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대한 기부금, '카바레'와 같은 브로드웨이 유명 뮤지컬에 대한 투자금으로 예술계 자애로운 유명인사로 꼽혀왔다.

지난 5월, 그가 40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호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지불한 거금과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기부금이 '훔친 자금'이었던 사실을 아는 이가 없었다. 그가 숨을 거두고 최근 뉴욕의 언론매체인 에어 메일과 뉴욕 매거진에 게재된 고발기사를 통해 피에트라의 '가면을 쓴 삶'과 범죄 혐의가 하나둘 밝혀지며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피에트라는 뉴욕 맨하탄 이스트61번가에 있는 고급 호텔 피에르(Pierre)에 살면서 두 억만장자 패밀리의 업무를 관리했다. 그의 고용주는 타임워너 창업자 스티븐 로스의 미망인이자 자선가인 코트니 세일 로스와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자선가인 조지 소로스의 개념예술가 아들 그렉 소로스였다. 피에트라는 로스와 소로스를 위해 일했는데 실제 그의 직업은 개인 비서였다. 

피에트라는 매사추세츠주 윌브래엄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6학년과 7학년 무렵 생일에 그의 부모는 학교에서 인근 스프링필드의 스파게티 웨어하우스까지 아들과 친구들을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게 해 깜짝 놀라게 했다. 반 친구들이 수년간 입김에 올릴 정도로 파격적인 생일파티였던 것. 이 요란한 리무진 퍼레이드 때문에 '피에트라에게 막대한 신탁 기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훗날 그는 '부모의 도움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돈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피에트라는 뉴욕대학교 대학생이었을 때부터 사치스런 취향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값비싼 패션 의류와 명품 잡화들로 치장하고, 맨하탄 고급 레스토랑에 지인들을 초대해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이같은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은 2016년 피에트라가 억만장자 미망인 코트닐 로스 밑에서 일하기 시작하며 더 심화됐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개인 비행기와 헬리콥터 탑승, 샴페인과 캐비어로 이뤄진 만찬 사진 등이 올라오는 등 갈수록 슈퍼리치에 가까운 삶을 보여주었다.

팬데믹 이후에 그는 친구들을 이국적인 장소로 데려갔다. 올 1월에는 친구들에게 알프스 최고급 호텔로의 단체여행을 제안했고,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2월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로 가는 전용기에서 11명의 게스트와 함께 자신의 40번째 생일파티를 열기도 했다.

피에트라는 직책상 신용카드를 갖고 있었다. 이 사건을 보도한 뉴욕의 매체들은 소로스가 피에트라에게 이메일 주소와 작업용 신용카드에 대한 액세스 권한을 부여했고, 피에트라가 자신의 비용을 승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스티브 로스-코트니 로스 부부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미술품(아트컬렉션)의 경매를 통한 처분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코트니 로스가 미술품 처분업무 외에도 여러 개인적인 업무 등을 암묵적으로 맡기며 피에트라를 신뢰하자 로스로부터 많은 돈을 훔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에트라는 훔친 것으로 파악되는 막대한 돈을 문화예술기관 후원과 상류층 친구들과의 회동에 주로 썼다. 하지만 빼돌린 돈으로 2007~2009년, 그리고 2023년부터 작년까지 수차례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고가의 피부과 미용시술과 모발 이식 등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보면 성형수술과 각종 첨단시술로 인해 드라마틱한 외모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코 성형수술, 모발이식, 뺨 필러 등 여러 수술을 받았고, 턱선 수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술과 시술을 담당한 성형외과의, 피부과의, 심미치과의, 개인 트레이너들은 피에트라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교계 고정손님이 되었다고 한다.

피에트라가 얼마나 많은 돈을 빼돌렸는지는 아직 정확치 않다. 그의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데다, 의문을 제기한 사람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관 뿐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뉴욕의 유명 미술관인 프릭컬렉션의 오프닝 갈라에 참석한 매튜 피에트라. 오른쪽 끝. Photo: by Matteo Prandoni/BFA.2025.08.01 art29@newspim.com

피에트라는 뉴욕의 미술관과 예술단체에 처음에는 적은 돈을 기부하며 자선활동을 시작했다. 프릭의 애뉴얼 리포트에는 2018/19 회계연도 기부자로 그의 이름이 처음 기재됐다. 당시 1750달러~4999달러 사이의 '젊은 펠로우 기여' 레벨로 이름을 올린 것. 2019/20년과 2020/21년에도 기부자로 선정됐는데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기부금 액수가 점점 더 늘어 높은 레벨에 도달했다. 5만달러~9먄9999달러 등급으로 상향된 것.

그의 이름은 2018/1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연례보고서에도 처음 등장한다. 5500달러~6499달러 사이의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듬해에는 5만달러~9만9999달러 등급의 기부자 명단에 포함됐다. 피에트라는 2020/21년에도 기부를 이어갔고, 이사회에서 직책도 얻었다.

2022년 9월 피에트라는 메트 오페라 갈라의 '혜택'중 하나로 오페라 개막일 밤에 20명의 친구를 초대해 15만달러의 공연대금을 지불했다. 2023년에는 30명의 친구를 축제에 초대해 더 많은 돈을 썼다. 이처럼 수년에 걸쳐 피에트라는 프릭과 메트 오페라 갈라쇼와 공연에 총 14회 참석했다. 그는 자신의 티켓뿐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지인들의 관람비용과 갈라 참가비를 지불하기에 이르렀고, 올봄 프릭이 개보수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을 때 무려 60명의 친구를 데리고 참석했다.

프릭컬렉션의 대변인은 "프릭은 그의 기부금 중 그 어떤 것도 유용한 자금으로 이뤄졌다고 믿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도 피에트라가 수년간 기부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프릭의 2023/24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그의 이름이 100만달러~ 499만달러 등급 기부자에 올려져 있어 그간의 기부금이 만만치 않았음을 추정할 수 있다.

2024년 어느 날, 피에트라는 친구들에게 "카타르왕실 가족과 함께 일하게 될 것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계약금과 보너스, 그리고 런던서 가장 힙한 주거지가 제공된다고 귀뜸했다. 

한편 올 3월말 메트폴리탄 오페라의 총괄 매니저는 피에트라의 대대적인 후원을 발표했다. 그가 약속한 기부금은 물려 1500만달러. 기부금 중 일부는 후원자의 이름을 딴 오페라하우스 지하실의 '스피크 이지'를 짓는 데 사용됐다.

지금까지 피에트라의 절도사건은 고용주 계좌에 은밀히 접근해 발각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그는 올봄 그렉 소로스 부동산에 연결된 LLC로부터 무려 1000만달러를 송금하려고 했다. 그러자 해당 은행이 무언가 의심스럽다고 보고, 조용히 조사를 개시해 결국 '사기'임을 당국에 신고했다.

그러나 그는 그날 밤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봄 갈라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것이 피에트라의 마지막 파티였고, 피에트라의 가정부는 그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피에트라의 기부금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메트오페라는 그의 가장 큰 기부금이 불법으로 밝혀지며 무산된 후 전체 기부금에서 기금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에트라의 사망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검시관의 보고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언론들은 그가 심장비대로 고통받았다는 소문을 전하기도 했다. 피에트라의 갑작스런 사망은 거짓 자선가의 삶이 무너지는 순간 바로 그 때였다. 사기꾼의 말로는 참으로 처참했고, 영화 보다 더 극적이었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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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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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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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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