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제주영어교육도시가 2008년 조성돼 국제학교 4곳을 운영했다
- BHA는 공용공간 중심 설계로 학교와 도시를 잇는 구조다
- 해외유학 비용 절감과 인구 증가로 정주도시로 성장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해외유학보다 비용 절감"…대정읍 인구도 증가세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제주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을 달려 서귀포시 대정읍에 도착했다.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넓은 부지 사이로 독특한 외관의 건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자리 잡은 국제학교들이었다. 현재 영어교육도시에는 NLCS Jeju와 Branksome Hall Asia(BHA), SJA Jeju, KIS Jeju 등 4개 국제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이날 찾은 곳은 캐나다계 국제학교인 BHA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일반적인 국내 학교와는 조금 다른 공간 구성이었다. 1층에는 교실이 아닌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었고 한층 밑으로 내려가니 교실과 복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용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해외 학교를 직접 다녀본 적은 없지만 해외에서 학교생활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곳곳은 단순히 수업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학생들이 머물고 이동하는 과정까지 고려한 듯 감각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특히 초·중·고 과정이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공용공간을 통해 하나의 학교처럼 연결돼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올 필요 없이 내부 동선을 따라 각 공간을 오갈 수 있었다. '학교가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제주영어교육도시의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 해외유학 수요 국내로…115만평에 들어선 '학교 중심 도시'
제주영어교육도시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조기유학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시작됐다. 2000년대 초반 조기유학생이 빠르게 늘고 유학수지 적자가 확대되자 정부가 제주에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도시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영어교육도시는 서귀포시 대정읍 일원 약 379만㎡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사업기간은 2008년부터 2031년까지다. 현재까지 민관을 합쳐 약 2조 930억원이 투입됐으며 국제학교와 외국대학, 글로벌역량지원센터 등을 갖춰 학생을 포함해 약 2만명을 수용하는 것이 목표다.
실제 영어교육도시를 둘러보면 '학교 몇 곳을 한데 모아놓은 곳'보다는 하나의 작은 도시라는 표현이 더 가깝다. 학교 주변으로 공동주택이 들어서 있고 영어교육센터와 119센터 등 공공시설도 갖춰져 있다. 인근에는 곶자왈 도립공원도 자리 잡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정주인구 수요에 맞춰 총 4660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며 현재까지 3210가구를 공급 중이다.
영어교육도시의 시작을 알린 것은 영국계 NLCS Jeju다. 2011년 문을 열었고 이듬해 캐나다계 BHA가 개교했다. 2017년에는 미국계 SJA Jeju가 합류했다. 제주도교육청이 위탁 운영하는 KIS Jeju까지 현재 4개 국제학교가 학생을 받고 있다.
여기에 다섯 번째 국제학교도 들어선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교를 둔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턴(FSAA)이 올해 4월 착공에 들어갔다. 개교 목표는 2028년 8월이다. 학교 정원은 1354명이며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과정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영어교육도시에는 이들 학교 외에도 향후 국제학교를 추가 유치할 수 있는 학교 부지가 남아 있다.
다만 양적 확대만 놓고 보면 당초 구상만큼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다. JDC는 국제학교 7개 유치를 계획하고 있지만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비인가 국제학교 증가 등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해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학교 개교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가 학교 유치 여부와 시점은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초기에는 상황이 지금과 달랐다. 첫 학교인 NLCS를 유치할 당시만 해도 해외 학교들의 한국 교육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아 사실상 학교 측 요구에 맞춰가며 유치전을 벌였다. 하지만 국제학교들이 잇따라 자리 잡으면서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FSAA의 경우 국내 투자자가 먼저 JDC에 사업을 제안했고 여러 후보 가운데 학교를 선택할 정도로 국제학교 측의 관심이 높아졌다.

◆ "해외유학보다 비용 절감"…대정읍 인구도 증가세
영어교육도시가 내세우는 가장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해외 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해외 학교와 유사한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해외에 머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거비와 생활비까지 고려하면 비용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과거 학부모 인터뷰를 토대로 해외 유학 대신 제주 국제학교를 선택할 경우 연간 약 2000만원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승모 JDC 경영기획본부장 직무대리는 "정확한 공식 비교치는 아니지만 주거·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체감 비용은 해외 유학보다 상당히 낮을 수 있다"면서 "환율이 높아질수록 해외 체류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제주 국제학교의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진학 실적도 영어교육도시가 내세우는 성과다. JDC에 따르면 운영 중인 주요 3개 학교 졸업생 301명 가운데 281명, 93.3%가 해외 대학에 진학했고 이 가운데 121명은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진학했다.
교육도시 조성이 지역에 가져온 변화도 눈에 띈다. 영어교육도시 조성 이전 감소세를 보이던 대정읍 인구는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5년 말 기준 영어교육도시 생활인구는 학생 4133명, 학교 종사자 1008명, 주민 5717명 등 총 1만858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1202명이다.
학교 건물 안에서 마주한 풍경 역시 단순히 '제주에 있는 국제학교'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달랐다. 초·중·고 학생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생활하고 도서관과 공용공간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모습은 학교 자체가 작은 도시처럼 느껴지게 했다. 제주 한쪽에 해외 학교를 옮겨놓는 데서 출발했던 영어교육도시가 이제 학교와 주거, 생활시설이 함께 움직이는 하나의 정주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min7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