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애플이 1일 메모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밝히자 메모리 업계가 공급난 책임 공방을 벌였다.
- 메모리 3사는 과거 애플 등 대형 고객사 가격 인하 압박 탓에 투자가 위축돼 AI 시대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고 반박했다.
- 엔비디아는 HBM 장기 협력과 증설 지원으로 공급망을 강화한 반면 애플은 중국 업체 검토와 가격 인상 카드로 대응해 업계 평가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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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업계 "과거 애플發 단가 압박이 투자 위축 불렀다"
삼성·SK·마이크론, 美 집단소송 휘말려…담합 논란 재점화
공급난에 중국 CXMT 카드 검토…美 의회는 안보 우려 제기
젠슨 황이 보여준 엔비디아의 HBM 확보전, 공급망 관리가 핵심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애플이 메모리 가격 급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자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과거 공급망 최상단에서 부품 가격을 좌우하던 애플이 인공지능(AI) 시대 공급 부족 국면에서는 원가 부담을 호소하면서다. 메모리 업계는 현재 공급난이 과거 대형 고객사들의 과도한 가격 인하 압박과 투자 위축이 누적된 결과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급난 책임 누구에게 있나..."그때 투자 못 한 대가"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 시대 메모리 공급난을 둘러싸고 애플과 메모리 업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애플은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고 있지만, 메모리 업계는 과거 애플의 강한 가격 인하 요구가 오늘날 공급난의 한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 가격 상승을 "100년 만의 홍수(a hundred-year flood)"에 비유하며 가격 인상을 예고하면서다.
그는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그동안 고객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노력해왔지만 현재 상황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용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한데 메모리 업체들이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며 "메모리 가격과 공급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함께 메모리 시장은 수년 만에 강한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했다. HBM을 비롯한 AI용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업계는 이번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던 시기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메모리 구매자 가운데 하나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공급업체들은 아이폰 공급망 진입을 위해 경쟁했고, 애플은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메모리 업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 2022~2024년 메모리 3사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감산과 투자 축소에 나섰다. 반면 애플은 높은 하드웨어 마진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당시 일부 대형 고객사들이 메모리 가격을 시장 가격 이하 수준까지 압박하면서 공급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이로 인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가 위축됐다고 보고 있다. 결국 증설이 지연된 상황에서 AI 수요가 폭증하며 현재의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가격에 매우 공격적이었던 일부 고객들에게 그것은 건설적인 방식이 아니라고 경고했다"며 "2023년 지나치게 낮은 가격과 마진 때문에 업계 투자 상당수가 중단됐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사다나 CBO가 특정 기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장기구매계약(LTA)을 바탕으로 강한 가격 협상력을 행사해온 애플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의 공급 부족은 AI 수요 증가뿐 아니라 과거 대형 고객사들의 과도한 단가 인하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마이크론 측의 시각이다.
◆美 법정으로 번진 공급난 논란
공급 부족의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법정으로도 번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애플이 메모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메모리 3사는 미국에서 반독점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미국 소비자 17명은 최근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세 회사가 AI용 HBM 생산 확대를 명분으로 범용 D램 공급을 의도적으로 축소해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세 회사가 글로벌 D램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에서 2022년 이후 DDR3·DDR4 등 범용 제품 생산을 줄였고, 이 과정에서 메모리 가격이 4년간 최대 700% 급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원고 측의 주장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소장에는 내부 이메일이나 메신저 기록, 경영진 회의록, 경쟁사 간 접촉 정황 등 담합을 직접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유사한 D램 반독점 소송에서도 미국 항소법원은 "가격이 함께 오르고 공급이 함께 줄었다는 병행행위만으로는 담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중국 칩이라도 쓸게요"...정치 부담 짊어지는 애플
애플은 결국 메모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중국 업체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중국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메모리 3사 중심의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조달처를 확보하려는 시도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CXMT는 생산능력과 기술력 측면에서 메모리 3사와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는 데다 중국 내 수요 대응만으로도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애플이 최근 미국 정부를 상대로 CXMT 메모리 구매 허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 의회에서는 즉각 반발이 제기됐다. 톰 코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산 칩을 사용하는 것은 애플에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주주가치와 고객 개인정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는 달랐다"...젠슨 황이 보여준 메모리 확보전
미국 정치권의 반발까지 감수하며 애플이 중국 업체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그만큼 메모리 확보가 절박해졌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같은 공급난 상황에 대처한 엔비디아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며 HBM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홍대 삼겹살집과 강남 치킨집에서 총수들과 만찬을 이어간 것도 단순한 친목 행사가 아니라 AI 시대 핵심 자원인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황 CEO의 행보가 메모리 시장 주도권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젠슨 황이 한국까지 찾아와 메모리 공급망을 챙긴 것은 AI 시대에는 반도체 설계보다도 안정적인 HBM 확보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엔비디아는 공급사들과 함께 생산능력 확대를 논의하는 반면 애플은 공급 부족에 따른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해 주요 메모리 공급사들과 장기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생산능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syu@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