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홈 영상 금융

속보

더보기

[영상] ③희귀병 치료제 37억원인데 주가는 곤두박질…바이오 ETF가 정답?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미국에서 가장 비싼 약 상위 7개의 가격은?
37억원 약 개발한 블루버드바이오 주가 쪽박…왜?
바이오 주식, 개별투자보다 ETF가 유리한 이유
폭망한 캐시우드 ARKG ETF 역발상 투자 통할까?

[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만약 37억원이라는 초고가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회사가 있다면 과연 떼 돈을 벌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을 통해 개발비를 회수하는 데는 실력 외에도 많은 운이 필요하다.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가 까다롭고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 미국 FDA 3상 통과한 신약은 대박?

신약 개발에는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과 최소 1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의약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연구, 개발 후보물질 선정, 전 임상시험, 1-3상 임상시험, 신약 허가 및 시판단계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임상시험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임상시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주관한다. 당연히 통과하기도 제일 까다롭다. 실제 시판이 허용되는 신약은 만 개 이상의 후보물질 중 하나 꼴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유명 바이오 회사들 중 상당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을 두드리는 게 대유행이었다. 이들 중 최종적으로 임상3상을 통과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박하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족집게처럼 임상 3상 통과기업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평범한 일반 투자자가 아니라 바이오 전문가라 해도 FDA 임상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임상 통과 실패 시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던 해당 기업의 주가가 대폭락한다는 점이다. 미국 바이오협회에서 분석한 임상시험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FDA 임상 최종 승인 성공률은 고작 7.9%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확률을 뚫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받아 신약이 출시되면 그 때부터는 대박이 터지는 걸까? 꼭 그렇지도 않다. 미국 FDA의 최종승인이 신약의 매출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도 실망스럽게 미미한 매출을 보이는 신약들이 넘쳐난다.

[사진 = 셔터스톡]

◆ 돈 없는 국민은 죽을 병에 걸려도 방치해야 할까?

병을 치료할 돈이 없는 국민은 그냥 죽어야 할까? 아픈 사람이 치료받는 건 기본적인 인권에 속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정부들은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국민들의 막대한 치료비를 보조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

그런데 만약 약 가격이 20억원이라면? 그래도 이를 지원해 줘야 할까?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재원이다. 건강보험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새로 개발된 신약을 최대한 저렴하게 사용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제약사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신약을 개발해도 돈을 벌 수 없다면 굳이 제약사가 고생해가며 신약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이렇게 정부와 제약사 간에는 핵심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신약의 종류는 다양하다. 제약사 입장에서 가장 만들고 싶은 신약은 뭘까? 기본적으로 수요자가 많아 매출이 크게 터질 수 있는 신약이다. 예를 들면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전체적으로 수요가 높다. 게다가 반복적으로 약을 투여해야 한다. 따라서 여러모로 매출액을 증가시키기가 쉽다.

반면 가장 만들기 부담스러운 신약은 희귀병 치료제다. 희귀병은 기본적으로 수요자가 작다. 하지만 개발비용은 일반 신약과 별 차이 없이 많이 든다. 이런 이유로 희귀병 치료제의 가격은 천문학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가 손해보고 약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어떤 제약사가 불치병을 치료할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했다고 가정해 보자. 제약사는 과연 그 약 가격으로 얼마를 책정해야 적정할까? 만약 약 가격을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만 맡긴다면 약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것이다. 특히 이슈가 되는 건 초고가 의약품이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희귀병 약은 척수성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희귀유전병이다. 세계적으로 신생아 1만명당 1∼2명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매년 20명 내외의 환자가 발생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 2세 이전에 대부분 사망하거나 영구적으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한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의 가격은 25억원이다. 한국의 경우 약가 협상을 통해 비급여시 가격은 약 20억원으로 책정됐다. 평범한 가정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거액이다.

이 약은 2021년에 한 엄마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졸겐스마'를 건강보험에 급여 등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슈가 됐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은 너무 초고가라서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환자별 치료성과를 추적해 치료 실패 시 일정 금액을 제약사가 환급하는 '위험분담 계약'으로 2022년에 급여 등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건보 급여가 적용된 '졸겐스마' 투약 환자의 부담금은 20억원에서 약 6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는 점이다. 정부는 '고가 의약품 관리방안'을 별도로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파국'과 '국민의 소중한 생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건 난이도가 무척이나 높다.

[사진 = 셔터스톡]

◆ 약 가격에 관대했던 미국 마저 2개의 칼 빼 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 보험 급여 선정' 심사를 할 때는 기존 약물 대비 개선 효과, 시장 출시 가치,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약 업체들과 약가 협상을 진행한다. 한국은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일본, 이탈리아, 영국 등 주요 7개국 약값의 가중평균을 따져서 낮은 가격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이와 달리 미국의 약가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약물 승인의 관문 역할을 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의 효능 및 안전성만을 확인할 뿐이다. 따라서 일단 FDA의 임상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해당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는 자체적으로 마음껏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런 미국 방식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혁신 신약 개발을 활성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약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유럽이나 일부 국가에서는 미국의 약 가격은 약가 협상 때 아예 참고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마저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결국 미국 마저도 비싼 약 가격 부담을 낮출 2개의 칼을 뽑아 들었다.

첫번째 칼은 2022년 8월에 발표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이 법에는 의료비 절감을 위한 의약품 가격 개혁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미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가 일부 의약품에 대한 약값 협상권을 갖게 됐다. 그리고 1년뒤인 2023년 8월에 드디어 공공보험 메디케어에 적용할 1차 약가 인하 의약품 10개를 공개했다.

이 10개 의약품은 미국 건강보험서비스센터(CMS)와 2년간의 협상을 통해 2026년부터는 '메디케어'에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제공해야 한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 고령자 및 장애인 6,600만 명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보험'을 말한다.

따라서 이 10개 의약품에 시범케이스로 선정된 약들을 보유한 화이자(엔브렐), 존슨앤드존스(스텔라라), 일라이릴리(자디앙스) 등의 제약사들은 해당 약품의 마진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두번째 칼은 고가 의약품 대상 특허 압류 추진이다. 미국 정부는 의약품 개발에 정부 자금이 투입된 고가의약품의 특허 압류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특허 압류라니 일반인이 언뜻 보기에는 상당히 과격한 느낌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1990년대에 만들어진 미국의 '베이돌액트법(Bayh-Dole Act)'을 이해해야 한다. 이 법 이전까지는 정부기관의 자금을 지원받은 연구에 대한 특허는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법이 만들어진 목적은 민간의 연구를 활성화하고 연구 결과의 빠른 상업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베이돌액트법' 제정 이후부터는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물을 정부가 아닌 기업이나 대학 등이 특허출원을 통해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대신 동시에 정부도 특허를 압류할 수 있는 특허 개입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준이 애매해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특허개입권이 실제로 시행된 적은 없었다.

그런데 2023년 12월에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정부가 개입할 권한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가격이 극단적이고 부당하거나 건강을 착취할 것으로 보이는 경우" 개입권한을 발동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쉽게 정리하면 미국 연방정부 자금이 투입돼 개발된 의약품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신약 특허를 압류할 수 있는 조건들이 구체화된 셈이다. 이 초안은 2024년 2월까지 60일 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방식은 장기적으로 신약개발 투자 감소로 이어져 결국 환자들이 손해볼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노령화의 가속화로 갈수록 의료비 지출이 확대되고 있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의 불이다.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는 특허를 보유한 오리지널 약보다 저렴한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오리지널 약보다 30% 이상 가격이 다운될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삼성 바이오로직스' 같은 바이오시밀러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사진 = 셔터스톡]

◆ 미국에서 가장 비싼 약 상위 7개의 가격은?

그렇다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은 어떤 걸까? 1위는 'CSL베링'이 개발한 B형 혈우병 치료제인 '햄제닉스'다. 가격이 무려 42억원(350만달러)이다. 혈우병은 피가 멎지 않는 질환이다. 따라서 혈우병 환자는 혈액응고 유지를 위해 평생 동안 정맥주사로 치료제를 투약한다. 당연히 평생 써야 하는 약값도 천문학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혈우병 환자들은 오랜 기간 높은 약값과 불편한 주사로 고통받아 왔다.

그런데 2022년 11월에 미국 FDA는 놀라운 성능의 혈우병 치료제를 승인했다. 바로 유전자 치료제 ​'헴제닉스'다. 이 약은 단 1회 투약으로 혈우병을 치료한다. 1회 투약비용이 무려 42억원(350만달러)이니 엄청나게 비싸다. 하지만 기존 방식의 평생 치료 비용은 200억원 이상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신약 가격의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비싼 약 2위는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인 '리프제니아'다. 가격은 무려 37억원(310만달러)이다. '겸상적혈구빈혈'은 유전자 염기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헤모글로빈이 비정상적인 낫모양(겸상)으로 생기는 희귀 질환이다. 지금까지는 수혈로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 외에 별 다른 치료법이 없어서 애를 먹어왔다.

인종 중 주로 흑인에게 발병하는 유전병이다. 환자의 기대수명은 35세 내외로 알려져 있다. 리프제니아는 환자의 세포를 꺼내 유전자 조작을 거쳐 다시 몸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겸상적혈구빈혈'을 치료한다. 단 한 번의 주사만으로 완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싼 약 3위는 미국 '블루버드 바이오'가 개발한 '스카이소나'다. 가격은 36억원(300만달러)이다. '대뇌 부신백질이영양증(CALD)'은 주로 어린 소년(평균 7세)에게 발생한다. 환자는 뇌와 척수에 독성분자가 쌓여 결국 뇌의 염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유전자치료제 '스카이소나'는 이 병을 단 1회 투약으로 개선시킨다.

4위는 '블루버드 바이오'가 만든 '진테글로'다. 가격은 34억원(280만달러)이다.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는 2~5주마다 수혈을 해야 한다. 또 철분 과부하 증상 예방 약물도 평생 복용해야 한다. 유전자치료제인 '진테글로'는 1회 투약으로 이 병을 치료한다.

5위인 '카스게비'는 여러가지 이유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위인 리프제니아와 동일한 '겸상 적혈구 빈혈' 치료제인데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기술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가격은 26억원(220만달러)으로 리프제니아보다 무려 11억원이 저렴하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세포에서 유전질환의 원인이 되는 특정 유전자(DNA)를 잘라내 교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기존 치료제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웠던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의 돌파구로 인정받으며 최근 들어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다.

흥미롭게도 미국 FDA는 '카스게비'와 '리프제니아'를 같은 날 승인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2개 약의 치료 효과는 서로 비슷하다. 특이사항은 리프제니아는 임상 시험 중에 두 명의 환자에게서 백혈병 발병했다. 따라서 혈액암 발병에 대한 관찰을 요하는 '블랙박스 경고'를 받았다.

6위는 앞에서도 설명했던 '노바티스'가 개발한 ''졸겐스마'다. 가격은 25억원(210만달러)이다. 유아에게 '척수성 근위축증'이 발병하면 신체근육이 약해져 사망에 이르게 되는 희귀유전질환이다. 전 세계 신생아 1만명 당 1명꼴로 발병한다.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 1회 투약만으로도 이 병의 개선이 가능하다.

7위는 '암리트 파마'를 인수한 이탈리아 '키에지'의 바이오의약품 '마이알렙트'다. 가격은 연간 약 16억원(130만달러)이다. '지방이영양증'은 신체의 지방 저장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질환이다. 이 병에 결리면 렙틴 결핍으로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알렙트' 투약을 통해 이 병을 개선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약은 유전자치료제가 아니다 따라서 매일 투약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다.

[사진 = 셔터스톡]

◆ 37억원 약 개발한 블루버드바이오 주식은 쪽박? 왜?

잘 살펴보면 초고가약품 대부분이 유전자치료제임을 알 수 있다. 이유가 뭘까? 유전자 치료제는 기본적으로 돌연변이 유전자 자체를 치료하는 방식이라 1회 투약만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또 유전자 변이 자체가 드물다. 따라서 희귀병으로 분류되며 환자수가 많지 않은 게 특징이다.

한국의 경우 환자수가 2만명 이하인 경우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 입장은 난처하다.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는 상당한 개발비가 들어간다. 게다가 환자마저 현저히 적다. 저렴하게 약을 팔아서는 도저히 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유전자 치료제 가격이 터무니없이 치솟는 이유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격이 가장 비싼 유전자 치료제를 무려 3개(리프제니아, 스카이소나, 진테글로)나 보유 중인 '블루버드 바이오' 주가는 엄청나게 올랐을까?

 

블루버드 바이오의 과거 주가를 살펴보자.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엄청났던 2018년 6월에는 198달러까지 주가가 화려하게 폭등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6개월이 지난 2023년 12월 7일의 주가는 고작 4.8달러에 그쳤다. 고점대비 하락률은 무려 -98%에 달한다.

투자자들을 경악하게 만든 건 그 다음날의 주가였다. 2023년 12월 8일에 드디어 블루버드 바이오가 야심차게 개발해 왔던 37억원(310만달러)짜리 신약 '리프제니아'가 미국 FDA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그 동안 신약개발 기대감 하나로 버텨왔던 투자자들의 인내가 마침내 결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블루버드 바이오' 주가는 전날의 4.8달러에서 무려 -40% 폭락한 2.9달러에 마감됐다. 2023년12월말의 주가는 고작 1.4달러에 불과하다. 신약 승인 후 1개월 새 주가가 거꾸로 -70% 대폭락한 셈이다. 이유가 뭘까?

같은 날 동시에 승인을 받은 '카스게비'가 비슷한 효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11억원 이상 저렴했던 게 악재로 작용했다. 또 '리프제니아'가 혈액암 발병 위험 부작용과 관련한 '블랙박스 경고'를 받은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오랜 시간 신약개발비를 쏟아 부은 탓에 극도로 취약해진 재무구조도 한 몫 했다.

'블루버드 바이오'의 실망스러운 주가 움직임은 경험 많은 바이오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광경이다. 특정 바이오 회사의 신약후보물질이 최종적으로 FDA의 승인을 받을 확률 자체가 희박하다. 또 설사 승인을 받더라도 만족스러운 매출이 나올지는 전혀 예측 불가다.

따라서 이를 모두 예측하고 개별 바이오 주식에 투자하는 건 도박에 가깝다. 한국 바이오 기업 중에도 몇 년 전부터 미국 FDA의 문을 두드렸다가 쓴 맛을 보고 주가가 대폭락한 사례가 즐비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바이오 주식 투자는 포기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까?

◆ 헬스케어 공부하기 어렵다면 ETF 통한 분산투자가 해법

전 세계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규모는 얼마나 될까? 의료서비스 시장조사회사인 'VMR(Verified Market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총 1경3,400조원(10조3,000억달러)으로 추정된다. 이후 연평균 8% 이상 성장해 2030년에는 무려 2경8,100조원(21조6,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아무리 헬스케어 시장이 유망해 보인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그에 걸 맞는 지식을 쌓기는 상당히 어렵다. 헬스케어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분자 생물학, 유전 공학, 생리학, 약리학, 생화학, 임상 통계학 등을 모두 공부하는 게 과연 합리적인 방법일까?

헬스케어 주식이 유망하다고는 생각되지만 비전공자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굳이 이 어려운 학문을 모두 공부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ETF를 통한 간접투자다.

ETF는 수수료도 저렴하고 알아서 분산투자를 해 주기 때문에 개별종목의 높은 변동성을 완화시켜 준다. 따라서 초보자가 접근하기에 유리하다. 미국에 상장된 헬스케어 ETF 중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바로 'XLV (Health Care Select Sector SPDR Fund)' ETF다.

XLV는 'S&P 500 헬스케어 섹터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다. 1998년에 상장돼 헬스케어 섹터 ETF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운용자산은 2024년 1월 기준으로 49조원(378억달러)에 달한다. 운용수수료도 연간 0.1%로 저렴한 편이다.

XLV ETF는 대형 헬스케어 주식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보유종목 1위인 유나이티드 헬스그룹, 2위인 일라이 릴리, 3위인 존슨앤드존슨, 4위인 머크, 5위인 애브비 주식은 제약회사에 큰 관심이 없는 투자자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초대형 종목들이다.

헬스케어 섹터는 기술주처럼 화려한 상승보다는 경기에 민감하지 않고 변동성이 적은 게 장점이 있다. 특히 XLV ETF는 배당수익률도 연간 1.6% 수준으로 양호하다. XLV ETF의 주가 수익률은 '코로나19' 전염병이 대 유행했던 2021년까지는 꾸준히 좋았었다. 하지만 엔데믹이 시작된 2022년부터 지지부진하다. 2023년말 주가는 136달러로 2년간 횡보 중이다.

전문가들은 2024년부터 대형 헬스케어 주식의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XLV ETF의 보유 포트폴리오 주식들은 하나같이 초 우량 제약회사라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안정적인 대형 헬스케어 주식의 성장과실과 양호한 배당수익을 동시에 누리기를 원한다면? XLV ETF에 관심을 가져보자.

[사진 = 셔터스톡]

◆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폭망한 ARKG ETF 역발상 투자?

모든 투자자들의 성향이 다 안정형인 것은 아니다. 헬스케어 섹터에는 투자하고 싶지만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XLV ETF'의 안정적인 주가 움직임이 오히려 답답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한국에서 '돈나무 언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CEO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의 ARKG (ARK Genomic Revolution) ETF 투자를 검토해 볼 수 있다.

ARKG ETF는 건강관리, 유전공학, 헬스케어,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로 포트폴리오 내 헬스케어 섹터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생명공학, 줄기세포, 분자 진단, 유전자 가위, AI신약 등을 개발하는 회사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ARKG ETF는 2014년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혁신 기업 위주의 공격적 투자 스타일로 유명하다. 운용자산은 2024년 1월 기준 2조5천억원(19억달러)으로 작은 편이다. 또 인덱스펀드가 아니라 액티브 펀드라 운용수수료도 연간 0.75%로 높다. 그런데 인덱스 스타일보다 수수료가 훨씬 높으니 운용성과도 월등히 높을까?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에는 제약주 랠리의 영향과 '아크 인베스트'의 명성덕에 ARKG ETF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2019년말에 33달러에 불과했던 주가는 불과 1년2개월 뒤인 2021년 2월에는 114달러까지 치솟으며 245%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1년 2월의 114달러는 역사적 최고점이었다.

그로부터 2년11개월이 지난 2023년말의 주가는 고작 33달러에 불과하다. 고점대비 하락률이 무려 -70%가 넘는다. 최고점에서 매수해 장기 보유중인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로 고통받고 있다.

ARKG ETF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1위 종목은 바로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다. 보유비중은 9.15%다.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는 '암 정밀 진단 및 선별 검사사업'을 하는 의료 기기 생산 기업이다. 현재 암 진단의 표준 방식은 '조직 생체검사'다.

'이그젝트 사이언시스'는 간단하게 혈액만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액체 생체검사(액체 생검)'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ARKG ETF의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됐지만 하반기부터 주가가 다시 조정 받고 있다.

ARKG ETF의 보유 포트폴리오 2위는 '퍼시픽 바이오 사이언스'로 5.73%를 보유 중이다. '유전자 연구 및 염기서열 분석 기술력'을 갖춰 미래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위인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는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인 '카스게비'를 개발한 회사다. 세계최초로 유전자 가위기술을 활용해 2023년 12월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M&A 단골 후보로도 늘 이름을 올리고 있다.

4위는 리커전 파마슈트컬스, 5위는 트위스트 바이오사이언스, 6위는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 7위는 슈뢰딩거다. 모두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초기 기업들이다. 단점은 변동성이 크고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ARKG ETF의 또 다른 특징은 보유주식의 교체매매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야수의 심장을 가진 한국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한 때 투자천재로 명성을 떨쳤던 '캐시 우드'의 실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 지난 2년간의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 왔다. 그리고 가장 많이 하락했을 때가 좋은 기회였던 적도 많다. 이런 역발상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최고점 대비 70% 하락한 'ARKG ETF'의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전략도 유효해 보인다.

하지만 역시 마음 편한 헬스케어 투자를 원하다면 대형 헬스케어 주식 위주로 구성된 'XLV ETF'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투자방식이다.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처럼 "인간은 장기적으로 볼 때 모두 죽는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간의 수명이 다 하기 전에 먼저 의료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본인의 노후 의료비가 걱정되는 투자자라면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시장규모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헬스케어 관련 주식에 관심을 가져보자. 

 

자세한 내용은 해당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자.

뉴스핌 (촬영 : 김현석 / 편집 : 이성우)

 

longinus@newspim.com

 

[관련기사]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아이폰 듀오 내년 1월까지 배송 지연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사전예약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배송 일정이 내년 1월까지 밀렸다. 이례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 신호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 수율 저하와 핵심 부품 공급 차질이 물량 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70여개국 동시 출시를 추진한 애플의 전략적 판단도 공급난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대 중 4대 품질 기준 미달…증산에도 공급난 지속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오는 23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 주문하면 제품을 받기까지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애플은 사전예약 수요가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예약 건수와 초기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장기간의 배송 지연을 수요 폭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생산 수율이다. 중국 경제매체 지몐신문은 지난달 21일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 듀오의 완제품 조립 수율이 9월 17일 기준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생산된 제품 10대 중 4대 가까이가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시 공급망 관계자는 애플의 품질 기준을 유지할 경우 생산라인이 안정적인 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율 문제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외장 힌지와 초박형유리(UTG) 등 핵심 부품뿐 아니라 최종 조립 단계에서도 수율 부진이 발생해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공급망 주문량을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에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증권시보는 지난 10일 애플이 아이폰 듀오의 부품 주문량을 기존보다 30% 늘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부품 확보량을 늘리더라도 최종 조립 수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출하량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듀오' [사진=블룸버그통신] ◆ 70여개국 동시 출시 강행…국내 초기 물량 3만대 공급 부족을 예상하고도 글로벌 동시 출시를 선택한 판단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지난 18일 애플이 당초 미국과 중국에 먼저 출시한 뒤 판매 국가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바꿔 70여 개 국에서 동시에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제한된 초기 생산 물량을 여러 국가에 배분하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물량 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신업계가 파악한 아이폰 듀오의 한국 초기 공급 물량은 약 3만대 수준이다. 통신 3사의 일평균 스마트폰 개통량인 약 2만대와 비교하면 이틀 치에도 못 미친다. 통신사들은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고객 유치에 나섰지만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수령 지연에 따른 고객 문의와 불만까지 유통 현장에 집중되면서 정식 출시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품귀 현상을 폭발적인 수요에 따른 흥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출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삼성전자 등 경쟁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flurry327@newspim.com 2026-10-21 15:43
사진
김정은 사망설, 왜?…"독재 체제가 불러온 고질병"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42)이 뇌출혈로 쓰러져 중국 병원에서 숨졌다는 소문이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사망설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다. 의료기록이나 목격자, 하다못해 정황을 뒷받침할 만한 최소한의 방증이나 전언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도 소문은 외신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는 물론 국내 언론과 증권가까지 순식간에 번졌다. 사망설 자체보다 이 소문 앞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 허술한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9일 '전국 피복·신발전시회-2026' 전시장을 찾아 간부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의 오른쪽은 딸 주애.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중국 반체제 인사의 X 글'에 휘둘려 메가톤급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 셰완진(謝萬軍)이다. 그는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어 김정은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북한의 열악한 의료 여건 때문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해 중국 의료진이 급파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으나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얘기다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던지면서도 그는 어떤 출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셰완진이 중국에서 불법단체로 규정된 '중국민주당 주석'을 자처하며 시진핑 주석 사망설이나 대역설 같은 허위·날조 사실을 SNS에 올려온 인물이란 점에서 신빙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영국 더선 등 해외 매체들이 이를 받아 전하면서 소문은 증폭됐고 여기에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의 권력 장악설이나 중국군 파병설까지 얹혔다. 근거 없는 이야기에 그럴싸한 살이 덧붙여지면서 가짜뉴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사실 사망설이 한창 번지기 시작한 19일 김정은은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을 참관했다. 이튿날 북한 관영매체들은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가짜뉴스는 이를 견강부회식으로 해석했다. '사망 사실'이 퍼지니 북한 당국이 이를 은폐하고 기만하기 위해 거짓으로 김정은과 가족의 일정을 공개한 것이란 주장까지 내놓으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다. ◆'뇌졸중 쓰러져 中병원 이송'…뻔하고 반복된 레퍼토리 눈여겨볼 대목은 김정은 사망설에서 드러나는 클리셰(Cliché)다. 뇌출혈로 쓰러졌다거나 북한 의료진이 속수무책이라 중국 병원으로 옮겼다, 혹은 시신은 몰래 평양으로 반입했다는 등의 레퍼토리는 과거 북한 지도자의 신변 이상설이 나올 때마다 되풀이된 판박이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설 확산 사례를 돌아보면 그 패턴이 드러난다. 1986년 11월 김일성 주석 피격 사망설이 나왔다. 당시 외신과 국내에서 소문이 크게 부풀렸고 최전방 북측 지역에 조기가 걸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김일성이 얼마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보로 판명됐다. [서울=뉴스핌] 지난 2011년 12월 2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아들이자 후계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당시 직책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운구차 옆을 걷고 있다.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10.20 2008년 9월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 불참하면서 와병설이 퍼졌다. 이 경우는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망설과는 별개였고 김정일은 이후에도 3년 넘게 통치했다. 정작 2011년 12월 김정일의 실제 사망은 이틀 가까이 지난 뒤에야 공식 발표됐다. 김일성 주석 때도 1994년 7월 사망 후 하루 이상 지나서 발표됐다. 소문은 엄청나게 번지고 정작 진짜 사망 때는 깜깜무소식으로 있다가 북한 발표가 나오고서야 알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이런 양상은 이어졌다. 2014년 9~10월 김정은이 약 40일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아 유고설이 불거졌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나타났다. 과체중으로 추정되는 다리 혹은 관절 수술 때문으로 파악됐다. 2020년 4월에는 김일성 생일 참배 불참을 계기로 심혈관 수술 후 위중설, 사망설이 퍼졌다. 일부 정치인이 "99% 확신한다"고까지 단언했지만, 김정은은 20일 만인 같은 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5월에도 원산에서 현지지도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외교가와 증권가를 중심으로 돌았다. 번번이 오보로 끝났지만 가짜뉴스와 소문은 '죽지 않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단 베껴 쓰고 보자'…줏대 없이 흔들린 언론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언론의 대응이다. 유력 외신뿐 아니라 우리 언론도 줏대 없이 흔들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일로를 걸으니 '일단 베끼거나 받아쓰고 보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남이 쓰니 나도 쓰고, 안 쓰면 낙종이 될까 불안해 쓰는 식이다. 그 결과 독자와 시청자, 국민은 전례 없는 혼란을 겪었다. 소문이 가장 먼저 들이닥친 주식시장은 출렁였고, 포털과 SNS에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났다. 유튜브 일부 채널과 콘텐츠는 한술 더 떴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앞세워 사망설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며 혼란을 부채질했다. 조회수와 수익이라는 상업적 계산 앞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의무는 실종됐다. 필자 또한 이번 사태의 한복판에서 적지 않은 시달림을 겪었다. 수많은 지인과 독자들로부터 '정말 사망한 것이냐', '평양이 지금 난리라는 데 파악해 볼 수 있냐'는 문의 전화와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지난 34년간 북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번의 '사망·유고설'을 겪었지만 이번은 유독 파장이 크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북한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비정상적이고 호전적인 도발 상황이 국민이 불안감을 키운 것이란 생각도 든다. ◆'강 건너 불구경'식 정부 대응도 문제 정부 대북부처의 대처도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가짜뉴스 엄정 대응'을 공언해 왔지만 이번엔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 김정은의 체중이 약 140kg에 이르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소문이 돌 때 더욱 신속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설명이 필요했다.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나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소문을 일찍 진화했어야 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의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정보위가 국정원 긴급보고를 받아 사망설이 가짜라는 점을 확인하고, 즉각 공개했더라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정보위가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지 않고 사실을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부 청사와 원훈석 [뉴스핌 자료사진] ◆전문성 키우지 못한 언론도 책임 느껴야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있다. 더구나 김정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유일지배 독재체제다. 김정은이 유고상황에 빠지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런 사정에 있다보니 '사망설'을 비롯한 소문의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고, 거짓인 줄 알면서도 시장과 사회가 뒤흔들리는 기형적인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의 불투명성과 체제의 취약성이 만나 만든 구조적 고질병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 언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북한 보도가 지라시 수준의 글에 휘둘리는 이유는 전문성을 갖춘 저널리스트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때 언론사들이 전문기자를 두고 연구소 등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경영 논리와 남북관계 경색에 밀려 유명무실해졌다. 북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낼 안목과 취재 네트워크를 갖춘 기자가 줄어들면서 확인되지 않은 SNS 글 한 줄에 증시와 언론, 여론이 함께 휘청이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정은 사망' 같은 민감한 대북 정보는 우리의 안보와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크다.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단과 대책마련이 없으면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 번이고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휘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 대북 부처와 유관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yjlee@newspim.com 2026-10-21 06:12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